마티스의 푸른 누드 / 이성복
푸른빛은 정강이를 일으키고
목욕 타월처럼
머리를 감싸고
굵은 넓적다리로 가는 종아리를
가려주어도 추워, 자꾸 추워서
푸른빛은 마른 수세미처럼 여윈
팔을 발목 아래로
늘어뜨린다
닿지 않는 허방 어딘가에, 아직
식지 않은 바닥을 더듬는 듯이
ㅡ『문학사상』(2004. 11)
*시인의 시작 메모 : 그림에 대해 말을 붙이는 것은 바람의 다리를 실로 붙잡아 매는 것처럼
부질없다. 그러면서도 자꾸 붙잡아
매보려는 것은 그 부질없음이 본래 말의 몫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알기 때문이다. 그 부질없음 사이로 그림의 전언이 오롯이 지나갈 수 있는
것도, 촌
스럽고 뭉뚱하기만 한 말의 허술함 때문이다. 나는 그림만큼, 그림 이상으로 말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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