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겨울나무 / 김혜순

다연바람숲 2005. 11. 23. 16:56

 

 

 

겨울나무 / 김혜순


나뭇잎들 떨어진 자리마다
바람 이파리들 매달렸다

사랑해 사랑해
나무를 나무에 가두는
등 굽은 길밖에 없는
나무들이
떨어진 이파리들 아직도
매달려 있는 줄 알고
몸을 흔들어 보았다

나는 정말로 슬펐다. 내 몸이 다 흩어져 버릴 것만 같았다. 나
는 이 흩어져 버리는 몸을 감당 못해 몸을 묶고 싶었다. 그래서,
내 몸 속의 길들이 날마다 제자리를 맴돌았다. 어쨌든 나는 너를
사랑해. 너는 내 몸 전체에 박혔어. 그리고 이건 너와 상관없는
일일 거야, 아마.

나는 편지를 썼다
바람도 안 부는데
굽은 길들이 툭툭
몸 안에서
몸 밖으로
부러져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