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우리는 밤새 깃털에 대해 이야기했다 / 김정란

다연바람숲 2005. 11. 26. 11:19

 

 

 

우리는 밤새 깃털에 대해 이야기했다 / 김정란 


                                                                       
 우리는 산 위로 올라갔다. 도시의 모습을 한 눈에 보고 싶었다. 우리는 모든 것을 잘 보기를 원했다. 집집마다 가을밤에 잠들지 못하는 사람들과, 그들의 고독한 영혼과 그들의 불편한 잠자리를, 그들의 꿈과 분노를.

  해가 우리 머리 위에서 하나씩 따로 저물었다. 지는 해는, 그것을 향해 번쩍번쩍 일어서는 창문들 위에 너무나 처연한 빛을 남겼다. 석양이 우리 영혼에 불을 질렀다. 사람들은 거리의 술집으로 비틀거리며 찾아갔고, 우리는 그들의 등뒤에서 숨죽여 울었다. 언젠가 눈물마저 천박해져 버릴까봐 무서웠다. 우리는 사람들 등뒤에서 우리의 마지막 소유인 눈물을 조심스럽게 풀어냈다.

  하루가 저물고, 흉흉한 소문들이 유령처럼 어두운 거리를 휩쓸고 다녔다. 우리는 밤새워 깃털에 대해 나지막하게 이야기했다. 눈물로 그것을 살 수 있을지, 막막히 알지 못하는 채로.

 

시집 <스.타.카.토. 내 영혼>1999년 문예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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