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네이버 블로그 <빛과 그림자>에서
노인네 길다방엘 가신다 / 차승호
길다방에 꿀단지라도 묻어 놓으셨나
아침 일찍 논두렁 휘휘 둘러보고
노인네 길다방엘 가신다. 길다방
마담이 이쁜지 미스
문양이 이쁜지
말본새도 신식으로바꾸고
말씀뿐인가 이력 때 아니면 입지도 않던 양복에
넥타이까지 접수시고
개화청년 스타일로
함덕 읍내 길다방엘 가신다
어머니랑 왜 다투셨유?
싸우긴 누가 싸워, 쪽 팔린 소리 좀 자그매*해라
국물 싱거운 원두커피
노른자 띄운 쌍화차
텔레비전 야구중계 걸쭉한 이바구
모두 다 신문물이니
길다방을 제물포쯤으로 여기시는 게 틀림없다
수시로
외식을 해가며
신문물 접하는데 짬뽕쯤은 일도 아나지
노인네 길다방에 가신다
마담 손금 봐주고 회춘 하실랑가
한 사나흘
휴가 내서 나락 떨어라이
나는 중요한 약속 때문에
안되는 중이나 알구
* 자그매 - 작작, 어지간이
시집 - 들판과 마주서다 (2005년 문학의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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