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동, 시인의 의자
말의 꽃 / 나희덕
꽃만 따먹으며 왔다
또옥, 또옥, 손으로 훑은 꽃들로
광주리를 채우고, 사흘도
못 갈 향기에 취해 여기까지
왔다
치명적으로 다치지 않고
허기도 없이 말의 꽃을 꺾었다
시든 나무들은 말한다
어떤 황홀함도, 어떤
비참함도
다시 불러올 수가 없다고
뿌리를 드러낸 나무 앞에
며칠째 앉아 있다
헛뿌리처럼 남아 있는 몇 마디가 웅성거리고
그 앞을 지나는 발바닥이
아프다
어떤 새도 저 잿빛 나무에 앉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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