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규백, 잔디위에
극빈 2 / 문태준
- 독방 (獨房)
칠성여인숙에 들어섰을 때 문득, 돌아 돌아서 독방으로 왔다는 것을 알았다
한 칸 방에 앉아 피로처럼 피로처럼 꽃잎 지는 나를 보았다 천장과 바닥만 있는 그만한 독방에 앉아 무엇인가 한뼘 한뼘 작은 문을 열고 들어왔다 흘러나가는 것을 보았다
고창 공용버스터미널로 미진양복점으로 저울 집으로 대농농기계수리점으로 어둑발은 내리는데
산서성의 나귀처럼 걸어온 나여,
몸이 뿌리로 줄기로 잎으로 꽃으로 척척척 밀려가다 슬로비디오처럼 뒤로 뒤로 주섬주섬
물러나고 늦추며 잎이 마르고 줄기가 마르고 뿌리가 사라지는 몸의 숙박부, 싯다르타에게 그러했듯
왕궁이면서 화장터인 한 몸
나도 오늘은 아주 식물적으로 독방이 그립다
「문학사상 」2005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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