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습적 자살 / 김혜순
사람들은 저마다 목소리 끝에
마침표를 달 듯 무덤을 달고 있다
나는 어제 아파트 옥상에서
투신 자살하는 모션을 취했다
양쪽 다리를 난간에서 떼었을 때
비명 소리가 먼저 산으로 가고
다음, 내 영혼이
뒤따라가는 것을 보았다
이제 곧 내 몸도 무덤으로 가게 되리라
사람들이 말을 할 때
가만히 눈감고 듣고 있으면
목소리들 속에서
무덤들이 굴러떨어지고 있는 것이 보인다
사람들 목소리
속 무덤들은
사람들이 말하는 시시때때
공동묘지를 펼쳐놓고
그 사람이 오기를 기다린다
나는 오늘 무덤으로 먼저 떠난
내 말들로부터 사약을 받았다
문득, 구만 리 침묵의 무한 공중에서부터
희디힌 사약 사발이 내게로 두둥실 떠왔다
내가
두 손에 사약 사발을 받고
꿀꺽꿀꺽 마셨을 때
목젖을 타내리던 소리들이
먼저
산으로 갔다
다음, 영혼이 항문을 빠져 달아나는 것을 나는
알았다
이제 곧 내 몸도 무덤에 이르게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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