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그가 토토였던 사람 / 김언

다연바람숲 2005. 11. 15. 14:00

 

 

        그가 토토였던 사람 / 김언

 

 

          나는 어지럽고 착한 사람

          돌아보면 고귀하고 거룩하고

          헛된 죽음이 따라붙는 거리

          그 거리에서도 조용하고

          말이 많았던 사람, 그러다가

          아이는 어른이 되는 사람

          가끔은 꽃이 핀다, 이것만으로

          충분치 않은 사람

          그때는 이미 황혼이었던 사람

          절망하더라도 이빨은 닦고 자는

          사람들 중에 한 사람쯤

          눈이 오는 사람

          눈이 오는 기차를 타고

          가끔은 영안실로 가는 버스를 타고

          뒤척이는 사람과 멀미하는 사람들 틈에

          내가 서 있는 사람, 이를테면

          죽은 사람과 죽어가는 사람들 틈에서

          지하가 날 일으켜 세웠구나

          싶은 사람, 돌아보면

          재빠르고 느린 발이 쫓아오는 사람

          유유히, 불안하게, 절뚝이며

          고백하던 그때를 걸어서 오는 사람

          그때가 언제냐고 묻는 말에 방금 전까지

          모든 길을 되돌려주는 사람, 말하자면

          그가 토토였던 사람

          언제나 조용하고 말이 많았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