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 그 출구없는 복도 / 김상미
- 대부분의 상처는 상투적인 것에서 온다. 롤랑 바르트
그와 몸 섞었다
한 번 몸 섞기 시작하면
오, 다른 식의 관계도 있잖아요?
아무리 소리쳐도 소용없다는 것 알면서도
꺾여지길 원하는 장미꽃
내 몸에다 심었다
그래야만 몸에도 머리에도 똑같이 붉은 꽃
피어난다 하기에
몸과 몸 휘감고 뒤섞으며
격렬히, 격렬하게
즐기고 또 즐겼다
그러다 위대한 문학만큼 모든 관계 또한 따분해지면?
푸르른 정원 스스로 닫히고
날카로운 욕망의 가시 제 몸처럼 무뎌지고
붉은 손톱 같은 목소리의 권태에
날마다 마음 긁히면?
그래도 사랑한다 사랑한다
스스로 최면 걸면서
조금씩 싸늘해지는 개인적인 관계
견디고 견뎌야 할까?
사람과 사람 사이의 출구 없는 복도
끝없이 서성거리며
세월이 끄는 대로 질질질 따라가야 할까?
밤꽃도 눈물 속에 돌아눕는다는 길 끝의 침대
그 위치만 계속 바꿔가면서?
늘어진 세월에 줄줄 매달려 있는
저 낡은 숟가락과 젓가락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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