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를 타고 달아난 여인 / 김승희
나는 새로운 것이 보고 싶었다.
설거지가 끝나지 않은 역사말고. 정말 새로운 것. 설거지감
냄
새가 묻지 않은 그런 새로운 것.
나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마구마구 올라갔다.
투명 유리 엘리베이터 창
아래로
하늘이 마구마구 내려갔다.
믿을 수 없는 높이까지 내가 올라갔어도 믿을 수 없으리만큼
새로운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넝마 한 벌―하늘과 설거지감―산
하. 환멸만큼 정숙한 칼이 또 있을까. 있음을 무자비하게 잘라버
리니까.
아아,
난 새로운 것을 보려면
그 믿을 수 없는 높이의 옥상 꼭대기에서
뛰어내려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뛰―어―내―려?
뛰―어―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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