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바코드 / 박진성
낮은 카바이드 불빛 아래 쭈그려 앉은 여자, 느린 자전거 한 대만 쓰러져도 모두가
다칠 것 같은 밤의 시장길 모퉁이에 이마의 주름살 따라 흔들리고 있는 여자, 자기 앞의 生인 듯 또아리 틀고 있는 수대를 쭈욱 들어올린다 그때
잠깐 펴지는 이마의 주름살, 정가표도 없는 여자의 바코드가 환해진다
여자의 주름살은 편의점과 백화점에 길들여진 내 生活을 긁는다
시간이 낸 길 따라 애옥한 삶을 흔들거릴 줄 아는 여자의 이마, 꼬깃꼬깃 천 원짜리 몇 장에 醉氣를 더욱 취하게 할 줄 아는 여자의 바코드가
내어준 순대국을 언저리 뭉툭산 뚝배기 가득 한 사발 먹는다. 구불구불 슬픈 바코드
<2001년 현대시 하반기 신인 당선작 中 >
'창너머 풍경 > 열정 - 끌리는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가 토토였던 사람 / 김언 (0) | 2005.11.15 |
---|---|
늑대를 타고 달아난 여인 / 김승희 (0) | 2005.11.15 |
가을에 / 기형도 (0) | 2005.11.14 |
지평선 / 김혜순 (0) | 2005.11.12 |
이파리의 식사 / 황병승 (0) | 2005.11.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