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가을에 / 기형도

다연바람숲 2005. 11. 14. 17:04

 

 

가을에 / 기형도

잎 진 빈 가지에
이제는 무엇이 매달려 있나.
밤이면 幽靈처럼
벌레 소리여.
네가 내 슬픔을 대신 울어줄까.
내 音聲을 만들어 줄까.
잠들지 못해 여윈 이 가슴엔
밤새 네 울음 소리에 할퀴운 자국.
홀로 된 아픔을 아는가.
우수수 떨어지는 노을에도 소스라쳐
멍든 가슴에서 주르르르
네 소리.
잎 진 빈 가지에
내가 매달려 울어볼까.
찬바람에 떨어지고
땅에 부딪혀 부서질지라도
내가 죽으면
내 이름을 위하여 빈 가지가 흔들리면
네 울음에 섞이어 긴 밤을 잠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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