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너머 풍경/단상 - 바람엽서

그리 살아 행복하십니까?

다연바람숲 2018. 1. 12. 17:42

 

 

 

 

 

 

 

"그리 살아 행복하십니까?"

 

언젠가 누군가에게 그런 질문을 한 적이 있습니다.

이제와 생각해보니 얼마나 어리석고 당돌한 말이었는지를 알겠습니다.

 

불행하기를 소원하는 사람 없을 것이고,

어떤 삶의 반복이란 나름의 행복을 추구하는 방식일 것이고,

누군가의 방식이 설령 나의 기준과 가치관에 맞지않는다고 해서

함부로 비난하거나 비판해서는 안되는 일이었다는 걸 깨닫습니다.

 

나와 다른 것이지 그 사람이 틀린 것은 아니라는 걸 아는데 참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사람마다 삶의 방식이 다른 것이지 무엇이 옳고 그르다 판단해서는 안된다는 걸 너무 늦게 깨닫습니다.

되짚어 보면 나도 누군가에게 비난받거나 비판받을 일이 넘쳐날 것이고 실수 투성이의 삶을 살았습니다.

세상의 이론적인 기준을 앞세워 나와 타인의 잘잘못을 논하기엔 삶의 연륜이 한없이 어리고 어리석습니다.

누군가를 비난하고 비판하려면 자신은 그 누군가보다 훨씬 제대로 살아야 하는 거라는 말도 했던 듯 싶습니다.

적어도 그때는 내 삶에 대하여 당당했을 것이지만 그런 말을 할만큼 지금의 나는 제대로 살았었는지 부끄러워집니다.

오래 전 했던 말들에 대하여 새삼스럽게 후회가 되고 반성이 되는 걸 보니 그렇게 또 한 살의 나이를 먹었다는 증거겠지요.

 

나이가 들어간다는 건 어쩌면 자신의 삶에 책임을 져야한다는 의미일 겁니다.

나이를 더 먹는다는 건 살아온 날들을 되돌아 볼 시간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뜻일겁니다.

나이의 숫자가 늘어났다는 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삶의 지혜도 그만큼 깊어져야 한다는 뜻일겁니다.

나이가 훈장이 될 수는 없겠지만 나이가 그 사람의 인격을 대신할만한 수치는 되어야 하는건지도 모릅니다.

 

한 번 뿐인 생이라 나는 앞으로도 여전히 내 나이를 사는 법에 서툴고 초보겠지만

나이를 헛먹었다, 그 나이를 먹고도 어찌 그리 사는가, 손가락질 받는 삶은 살고 싶지않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입은 닫고 귀는 열어 말로써 얻는 화를 줄이고 타인을 먼저 헤아려 보려합니다.

내 가까이 있는 사람들과 더불어 마음의 텃밭에 소중한 사랑들을 키우고 가꾸고 나누며 살고 싶습니다.

나만 옳고 나만 잘났다는 이기심에서 벗어나 누구나 귀함을 존중하고 더 겸손하게 살고자 합니다.

남의 말은 들어도 침묵하고, 나쁜 말은 아끼고, 칭찬은 배로 하고, 용기가 되는 말엔 망설임이 없겠습니다.

 

그리하여 지금의 내게 누군가

"그리 살아 행복하십니까" 물었을 때, YES! 라고 답할 수 있게.

 

그리하여 먼 훗날의 내게 누군가

" 가엾고, 가여운 어른." 이라는 말은 하지 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