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너머 풍경/단상 - 바람엽서

이 겨울, 행복한가요?

다연바람숲 2017. 12. 8. 15:26

 

 

 

자신이 실은 혼자라는 사실을 가능한 한 느끼지 않을 수 있어야 행복한 인생이다.

                 

                                                   - 요시모토 바나나,<키친> 중에서

 

 

고단한 직장 생활을 마치고 온 아이들과

늦은 밤 둘러앉아 먹는 따뜻한 어묵탕이 행복하다는 사람과 차를 마신다.

엄마의 고단했던 날들을 먼저 위로해주는 아이들이 있어서, 혼자가 아니어서

감사하고 행복하다는 사람과 행복이라는 단맛을 듬뿍 넣어 따뜻한 차를 마신다.

 

나는 올해 겨울이 춥지않다고 말한다.

마음이 춥지않아 따뜻한 겨울이라고 말한다.

어제도 따뜻하고 평안하였고, 그 평안이 감사하고 행복했다고 말한다.

 

따뜻한 난로 옆에 있어도, 아무리 따뜻한 옷을 껴입고 또 껴입어도

불안하고 마음 가난했던 시절엔 가슴에 자꾸만 시린 바람이 불어 춥고 떨렸는데,

시린 바람도 이젠 그저 서늘하게 느껴지고, 볼 위의 칼바람도 부드럽게 느껴지고

눈 내리는 날도, 바람부는 날도, 손발이 시린 날도 마음이 따스해서 평안하다 말한다.

 

행복이란 말에는 전염성이 있다.

감사라는 말에는 중독성이 있다.

 

지난 겨울과 달라진 나를, 그녀를, 우리를 돌아보는 동안이 또 행복이다.

가져서 불행했던 것들을 모두 내려놓고, 조금 덜 가져도 평안한 지금이 감사한 행복이라고, 

손님이 덜 와도 와주면 기쁨이고 감사함이고, 그럼에도 일할 수 있는 나이와 시간이 또 행복함이고

사랑하는 가족들이 있어 도란도란 따뜻한 저녁을 함께할 수 있음이 더할 수 없이 행복한 일상이고

오늘 내가 건강하여서, 사랑하는 사람들이 건강하고 무탈하여서 그또한 감사한 행복이라 말할 수 있는 사람과

어제와 오늘, 너무도 평범하지만 그래서 더 감사한 일상의 날들을 이야기하다보면 가슴이 따뜻하고 포근해진다.

 

좋은 사람에게서는 사람을 따뜻하게 하는 좋은 온기가 느껴진다.

조금 부족해도 가진 것에 감사할 줄 아는 사람에게서는 행복한 온기가 느껴진다.

행복하고 따뜻한 마음의 온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어 나의 겨울은 여전히 따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