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너머 풍경/단상 - 바람엽서

이 겨울, 우정의 온도는 따숨

다연바람숲 2017. 12. 15. 16:03

 

 

 

멘토처럼 지내는 먼 곳의 친구가 올해도 큰일을 해냈습니다.

일에 쫓기고 일에 파묻혀 살더니 연말을 앞두고 그 모든 노력에 대한 보상처럼 큰상을 받았습니다.

꽃다발을 들고 메달을 들고 자랑스럽게 찍은 사진을 보내면서 " 나 이런 사람이야"  자랑도 빼먹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 자랑질이 조금도 밉지 않습니다. 자랑은 하는데 오히려 그 자랑이 쑥스러워 보태는 농담인 줄 이미 알고있으니까요.

 

평소 칭찬을 해주면 칭찬에 몸둘바를 몰라하고, 조언과 충고를 하면 숙연하고 감사하게 받아들일 줄 아는 친구지요.

서로 일하는 분야가 다르고, 서로 관심 갖는 일조차 다르지만 객관적인 시각이 필요할 때 서로 도움을 구할 수 있어 좋은 친구입니다.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일에 도전하고 그 능력을 십분 발휘해 타의 추종을 불허할만큼 그 분야의 선두를 가도 겸손이 몸에 배어있는 친구입니다.

능력만큼 이룬 것도 많고, 그 능력으로 인정도 받고, 해마다 받는 상도 줄줄이지만 자만하거나 잘난 척하는 모습을 여직 본 적이 없습니다.

어디서나, 누구에게서나 존중받고 존경받는 사람으로 산다는 것이 익을수록 고개 숙이는 겸허함에서 비롯된다는 걸 잘 보여주는 친구입니다.

그런 친구가 " 나 이런 사람이야" 할 때는, 수상 소식을 전한다는 것이 자랑이 되는 것 같아 머쓱해서 하는 말이라는 걸, 이미 아는 것이지요.

 

좋은 풍경을 만나면 그 풍경들을 사진에 담아 보냅니다. 비가 오면 비가 온다고, 눈이 오면 눈이 내린다고 그 모습들도 담아 보냅니다.

산책길에 만나는 작은 들꽃들을, 여행지의 아름다운 길들을, 하늘과 맞물린 바다를, 계곡과 하나된 단풍잎을, 어여쁜 카페를, 커피 한 잔을,

바쁜 나날 중의 달콤한 휴식을, 그 편안함을 사진으로나마 늘 함께 나눠주는 친구입니다. 그런 친구여서 참 좋습니다.

 

사람으로 힘이 들 때, 일에 치여 힘이 들 때, 일이 뜻대로 풀리지않아 버거울 때, 결정이 만만치않아 혼란스러울 때, 스스로에게 힘내라고 격려하고 싶을 때, 잘했다고 칭찬하고 싶을 때, 숨고싶을 때, 울고싶을 때, 자랑하고 싶은 일이 있을 때에도 그 마음들을 스스럼없이 보여주는 친구입니다. 언제나 해결책을 제시해줄 순 없지만 나의 부족한 생각과 말에도 늘 귀기울여 들어주고, 힘이 된다고, 고맙다고, 늘 감사한 마음의 표현도 잊지않는 친구입니다.사소한 마음과 관심에도 감사할 줄 아는 사람, 그 감사함을 표현할 줄 아는 사람, 좋은 사람에게서는 언제나 따뜻한 사람의 온도가 느껴집니다.

 

사람의 관계란 것이 그렇습니다.

늘 완벽하고 좋은 모습만을 보여줄 수는 없지만, 적어도 좋은 사람이고자 노력하는 사람이 그래도 좋습니다.

척하는 말, 척하는 모습 보이지 않아도, 조금 모자라고 조금 부족할지라도 있는 모습 그대로를 보아주고 보여주는 사람이 그래도 좋습니다.

부끄러운 모습일지라도 먼저 마음을 열고 다가오고 다가갈 수 있는 사람, 힘들땐 힘들다고 마음을 기대오는 사람이 그래도 먼저 마음이 갑니다.

우정이란 것도 그렇습니다.

그 누구보다 가장 편안한 사이지만 그럼에도 상처받을 말은 서로 아끼고 늘 내 편이 되어주는 사람과의 우정은 언제나 소중합니다.

슬픔이나 아픔은 나누어 덜고, 기쁘거나 행복한 일은 나누어서 배가 되게 하는 그런 사람과의 인연은 귀한 선물과도 같습니다.

물리적인 거리가 마음의 거리가 되지않는, 언제든 손을 내밀면 그 자리에 있어줄 것 같은 삶의 배경같은 친구가 있어 참 좋습니다.

 

"네가 내 친구라서 자랑스러워"

"네가 내 친구라서 감사하고 행복해" 라고 말할 수 있는 친구,

그런 보물같은 친구들과 함께하는 삶이어서 이 세상은 여전히 따뜻하고 살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