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시간/끌림 - 풍경

청주 다연, 오늘의 온도 따숨입니다.

다연바람숲 2017. 11. 6. 16:01

 

 

 

 

 

 

 

 

 

 

며칠 전, 시골집에서 직접 따온 감이라며 누군가 한보따리 선물해 준 단감은

이웃들에게 사이좋게 나누어 주고 손님들과 며칠을 나눠 먹고도 또 몇 개가 남았습니다.

샵앞에서 애타게 제 이름을 부르던 누군가는 불쑥 잘 익은 홍시 하나를 제 손에 들려주고 갑니다.

다연앞 거리를 지날 때마다 커피 한 잔을 전해주고 가는 친구는 오늘은 여유롭게 마주 앉아 많은 이야기도 나누었습니다.

정작 자신은 며칠째 감기로 고생 중이라는 먼 곳의 친구는 날씨가 많이 추워졌다고 건강 유의 하라는 당부를 잊지 않습니다.

 

여기는 오늘 바람이 참 고요합니다.

며칠, 바람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환경미화원 아저씨의 손길을 바쁘게 하던 나뭇잎들이

오늘은 저마다 제 있는 곳에서 흔들림도 없이 고요하게 가을빛으로 물들어 갑니다.

어쩌다 후둑후두둑 떨어져 내리는 나뭇잎들도 그 속도가 느리고 부드럽습니다.

 

월요일의 오후는 참 느리게 흘러갑니다.

휴식 뒤의 일상이 주는 긴장감과 분주함은 오히려 거리를 더 고요하게 합니다.

시간의 속도가, 가을 햇살에 물든 나뭇잎들을 흔들고 지나는 찰나마다 눈이 부십니다.

 

참 아름다운 세상입니다.

아름다워서 눈물겹게 행복해지는 시간입니다.

 

새로운 사람과 새로운 미래를 꿈꾸면서 불안해하는 사람에게 그런 말을 해주었습니다.

이상형의 사람이 아니고, 꿈꾸고 있는 미래를 포기해야 하는 건 아닌가 두렵다는 사람에게 그런 말을 했습니다.

이상형의 사람이 당신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는 완벽한 보장이 없는 한 그것은 그저 한낱 꿈이고

이상형이 아닐지라도 그 사람이 나를 사랑하고 지켜주고 신뢰할 수 있는 좋은 사람이라는 확신이 있다면 그것이 현실이고

아직 현실에 없는 불확실한 이상형때문에 지금 곁에 찾아 온 소중한 사람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면 그도 후회할 일이라고 말이지요.

좋은 사람은 꿈을 포기하게 하는 게 아니라 꿈을 이루도록 밀어주는 후원자가 될 것이니 조금 늦게 시작한다고 꿈을 포기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이지요. 

 

외모는 이상형일지 몰라도 삶과 사람이 개차반이라면 그런 사람과의 미래는 불안하겠지요.

외모는 이상형과 거리가 멀어도 삶과 사람이 진중하고 진실하고 경제적 안정까지 보장한다면 미래는 평안할 것이지만

독버섯이 눈으로 보기에 아름다운 것처럼 사람의 마음을 현혹하기에 좋은 조건들을 그저 나쁘다 말할 수만은 또 없는 것이겠지요.

어떤 선택을 하든, 그것이 본인의 의지에 맞고 행복해지는 결정이라면 저야 그 미래를 무던히 믿어주고 또 응원해줄 밖에요.

 

사람이 나이가 들다보니 좋은 점이 참 많습니다.

살아보니 그렇더라. . 그런 이야기도 넉살 좋게 합니다.

살아보니 그렇습니다. 행복이란 것도 뭐 별거 아닙니다.

어제 아무런 일 없이 잘 살았으면 그도 행복이고 오늘도 무탈하면 그도 행복입니다.

특별한 일 없이 평범하게 하루를 살아간다는 것이, 살아보니 가장 소중한 행복인 줄을 알겠습니다.

 

 

나이가 들어서 불편한 점은 자꾸 건망증이 늘어간다는 겁니다.

어제한 오늘 약속을 잊어 점심을 두 번씩이나 먹어야 하는 이 지독한 증상,

그럼에도 깔깔깔 웃을 수 있는 이 평안과 고요, 오늘이 그저 또 행복하고 아름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