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시간/끌림 - 풍경

누가 가을을 발명했습니까

다연바람숲 2017. 10. 26. 17:37

 

 

 

 

 

 

 

 

 

 

 

 

 

 

 

 

이렇게 성큼 가을이 깊어 있는 줄 몰랐습니다.

출퇴근 길의 가로수는 아직 푸르고 골목의 국화들은 아직 풍성하여서,

오고 있는 가을이라고, 단풍 구경 가야지 먼 날을 생각하고 있었더랬습니다.

하마 깊어서, 바람 결에 우수수 낙엽들이 흩날리는 가을인 줄 몰랐습니다.

하마터면 가을가을한 가을만 꿈꾸다 이 가을을 못보고 지날 뻔 했습니다.

 

사는 곳에서 멀지않은 곳에 이토록 아름다운 가을이 있는 걸,

좋은 사람들과 좋은 시간을 불현듯 계획하지 않았더라면 이도 보지 못할 뻔 했습니다.

풍경보다, 어쩌면 좋은 사람들과의 일탈같은 나들이가 더 즐겁고 행복했을 것이지만

지척의 풍경이 설악산 정상의 풍경을 다 보는 듯한 행복이라던 감동들이 또 좋았습니다.

단풍잎 하나에도, 작은 강아지풀 흔들림에도, 울긋불긋 먼 산의 풍경에도. 단풍빛 바람결에도

행복해하고, 감사하고, 아낌없는 감탄사를 시처럼 읊을 줄 아는 사람들과의 동행은 그래서 또 행복입니다.

 

가을이 참 좋습니다.

가을엔 왠지 모든 걸 사랑할 수 있을 것만 같아 좋습니다.

가을이라 참 좋습니다.

비워서 충만하고 버려서 새로워지는 가을의 희망들이 좋습니다.

 

그리하여 결국 또 사랑입니다.

Fall in love with fa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