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시간/끌림 - 풍경

양양 솔비치, 하늘이 아름답던 날

다연바람숲 2017. 8. 31. 17:59

 

 

 

 

 

 

 

 

 

 

 

 

 

 

 

 

 

 

 

 

 

 

사랑이 여행이랑 닮은 것은 꼭 이십대에 첫 단추를 끼워야 한다는 점이다. 이십대에 사랑을 해보지않으면 골조가 약한 상태에서 집을 짓는 것처럼 불안한 그 이후를 보내게 될 것이며 살면서 안개를 맞닥뜨리는 일이 잦게 된다. 여행도 마찬가지, 이십대에 혼자 여행을 해보지 않는다면 삼십대는 자주 허물어질 것이다.

 

그리고 또 닮은 것은, 사랑도 여행도 하고 나면 서투르게나마 내가 누구인지 보인다는 것이다.

한번 빠지게 되면 중독처럼 헤어나오지 못하는 것도 닮았다.

 

또 사랑을 하거나 여행을 하게 되면 나도 모르게 많은 사진을 찍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소중한 것을 남기고 간직하고 싶어하는 자연스런 욕구가 그 무엇으로 대체될 수 없듯 사랑의 대상과 사랑의 순간을 찍는 일이나 여행지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순간순간들을 담는 일, 그 둘은 차곡차곡 쌓여간다.

 

행복에 대한 기준이 높아지며 그 욕구 또한 강렬해지는 것, 그 또한 사랑이 여행이랑 닮은 점이다. 그리고 왜 물질적으로 또 정신적으로 풍요로워져야 하는지를 절실히 느끼게 해준다.

 

사랑과 여행이 닮은 또하나는 사랑이 끝나고 나면 여행이 끝나고 나면 다음번엔 정말 제대로 잘하고 싶어진다는 것, 그것이다.

 

이병률 산문집 <내 옆에 있는 사람> 중에서

 

*

 

하늘이 흐려 좋았다.

바람이 불어 좋았다.

자연이 사람을 반기는 방식 중에

하늘과 바다가 경계없이 완벽하게 하나가 되는 모습이 좋았다.

 

친구가 있어 좋았다.

37년 세월 중에 처음 함께한 여행이라 좋았다.

길 위에서의 시간이나 바닷가의 시간들이 아름다워 좋았다.

아름답다는 말로, 내가 두고 온 시간들을 위로할 수 있어 좋았다. 

 

모든 것의 배경이 되는 하늘이

그 모습 그대로 모든 것의 중심이 되는 풍경 속에서

살아 온 날들이, 살아갈 날들이 아름다워서 눈물겨웠다.

 

잘 살아왔다.

여기까지 잘 왔다.

너의 삶도 나의 삶도 간혹 길을 잃고 헤맨적은 있으나

버릴 것 버리고 찾을 것 찾고 중심을 잘 잡아 우뚝 여기 있으니 괜찮은 삶이라고

말 없이 있어도 가슴으로 전해지는 수많은 말들과 위로, 격려, 나눌 수 있어 좋았다.

 

양양 솔비치,

둘러보는 모든 풍경이 그림이 되는 곳,

오후의 바다가 좋았고, 비내리는 야경이 좋았고, 새벽의 해변 산책로가 좋았고

환상적인 하늘의 구름과 더불어 건물들이 이국적 풍경을 보여주던 곳.

 

8월의 끝자락에 찾은 바다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고 아름다운 풍경을 추억으로 남겨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