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이르거나 혹은 너무 늦거나,
광양의 매화꽃이 그러하였고
쌍계사 벚꽃이 그러하였고
구례의 산수유꽃이 그러하였고
꽃 보러 가는 일이 늘 그랬습니다.
아무리 개화시기 예보를 맞추어 가도
너무 일러 꽃봉오리만 보고 오거나
이미 잎이 반, 낙화만 보다 온 일이 많습니다.
너무 이른 줄 알고는 있었지만
담양의 거리마다 길마다 붉게 핀 백일홍꽃 보고 그래두 혹시나 하였습니다.
하지만 너무 이르게 찾아 온 나그네에게 명옥헌의 백일홍은 꽃풍경을 열어주지 않습니다.
꽃 질 때 융단처럼 물 위에 드리우는 꽃잎도 기약없이, 푸른 나무 그림자와 하늘만 보여줍니다.
아주 오래 전,
명옥헌의 백일홍이 유난히 아름답고 흐드러지게 피었다던 해, 선명한 그 꽃빛과 물 위의 꽃그림자와 꽃잎의 융단을 보고 온 후 한동안 꽃꿈을 앓기도 하였지요. 유난히 붉고 아름답던 그 백일홍 고목이 다음 날 벼락을 맞아 쓰러졌다는 소식은... 죽기 전에 가장 크고 화려하고 아름다운 꽃을 피웠을 그 백일홍 나무를 오래 떠오르게 했었지요.
명옥헌의 만개한 백일홍은 만나지 못했지만 백양사에서 죽녹원과 관방제림, 메타세콰이어길, 소쇄원까지...
참 아름다운 시간의 꽃길을 걷고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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