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시간/끌림 - 풍경

청주, 청주 다연. . . 오늘은 고요합니다.

다연바람숲 2017. 7. 17. 16:58

 

 

 

 

 

 

 

 

태어나 그렇게 한꺼번에 많이 쏟아지는 폭우는 처음이었어요.

거실 창문 밖 캐노피 위로 내리는 빗소리가 수 백 마리의 말이 일체히 달려가는 소리 같았어요.

 

빗방울은 그 굵기가 조금 높은 곳에서 양동이의 물을 쏟아붓는 것 같았고, 

내리는 비의 속도와 내린 비가 흘러내려가는 속도의 엇박자가 마당에도 작은 개울을 만들었어요.

 

새벽의 비는 모르겠지만, 이른 아침의 빗소리에 잠깨어 바라보는 하늘은,

끊임없이 쉽없이 비를 쏟아붓는 하늘은, 마치 하늘에 커다란 구멍이 난 것만 같았어요.

 

불안에 가속을 더하며 도착하는 재난문자들은 계속해서 가까운 지역의 범람 위험을 경고하고,

무심천이 범람하면, 명암저수지가 범람하면. . 그 끝없는 불안과 공포를 빗소리가 점령하며 내렸어요.

 

그칠듯이 잦아든다 싶으면 어느 순간 또 투둑, 굵은 빗방울. .

그러면 다시 까무러칠 듯 쏟아지는 폭우. . . 또 폭우. .

비가 그치고도 한참을 다시 또 쏟아질 것만 같아 불안한 마음을 내려놓을 수 없었어요.

 

비가 그치고 여기저기서 연신 전해오는 문자와 사진들은,

그나마 제가 얼마나 평온하고 안전하게 폭우를 지나왔는지를 실감하게 하는 소식들이었어요.

무릎까지 물이 들어찬 시내와 도로, 범람한 하천, 상가에 물이 차서, 지하에 물이 차서, 집이 물에 잠겨서,

기껏 지은 농사가 물에 잠겨서,주차장에 세워놓은 차가 물에 잠겨서, 담장이 허물어 져서, 축대가 무너져서,

속수무책으로 폭우에 피해를 입으신 분들이 많아서 안타깝고 마음이 아파요.

 

그렇게 폭우로 정신없는 어제를 지내고 오늘의 일상,

 

고요하다 싶더니

조금 전 부터 다시 여기 비가 쏟아져요.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지나가는 소나기에도 폭우인가 또 불안했어요.

다행스럽게도 세찬 소나기 한바탕 쏟아지고 지나가고 보슬보슬 비가 내려요.

 

어제 오늘, 참 많은 분들이 염려와 걱정의 인사를 전해 오셨어요.

연신 뉴스에서 전하는 청주의 소식에 걱정이 되어 전화와 문자를 주셨어요.

청주 사람으로 떠올리고 염려해 주셔서, 피해는 없는지 걱정해 주셔서 모두 감사드립니다.

어렵고 힘들 때 누군가 염려해주고 걱정해주는 것이 얼마나 큰 힘이고 위로가 되는지를 또 깨닫습니다.

 

늘 모든 것이 많이 부족한 사람이지만,

그래도 나쁘게 잘못 살진 않았나보다 많은 분들의 근심어린 걱정을 받으며 스스로를 위안합니다.

제가 아는 모든 분들이 제게 과분하고 넘치게 좋은 분들인 줄 이미 알고 있지만,

이 기회를 빌어 제 곁에 있는 많은 분들의 따뜻한 마음과 소중함을 또 한 번 알아갑니다.

 

저는 잘 있습니다.

아무 피해없이 안전하게 잘 지나왔습니다.

모두 여러분들의 염려와 관심 덕분입니다.

 

고맙습니다.

모두모두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