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에는 없었지만 때론 무작정 이정표를 따라 찾아가 보는 것도 뜻밖의 여행이 될 때가 있습니다.
전남 장성군 백암산 자락 아래 백양사를 찾아가는 일이 그랬습니다.
예전에 지인들과 몇 번인가 백양사를 가 본 기억은 있지만
그 때마다 일행들을 따라가는 일정이어서 여행이란 느낌은 덜했던 기억이 납니다.
기억 속의 백양사는 언제나 겨울입니다.
처마 끝의 고드름이 보이면 백양사에 다 왔구나, 긴 걸음을 안도하던 생각,
아무리 양지 쪽을 찾아 걸어도 산 속의 겨울 바람은 살을 에이게 차가웠었더랬지요.
겨울의 차가운 바람과 잎이 진 나무들의 풍경은 고요보다 을씨년스러운 기억을 남겼더랬는데,
한바탕 소나기가 지나가고 난 후, 여름 날 평일 오후에 찾아간 백양사는 그야말로 고즈녁합니다.
어떤 곳이든 계절마다 보여주는 풍경이 다른 걸 생각한다면,
초록빛 무성한 여름에 다시 찾은 백양사는 새로운 풍경과 감회를 선물합니다.
이전에 왔을 때는 무엇을 보았고 무엇을 가슴에 담았던가를 다시 물어야할 만큼,
마치 처음 발을 딛어보는 낯선 곳처럼 이곳저곳을 발도장을 찍듯 거니는 순간이 참 좋았습니다.
여행의 참 아름다운 의미는,
어디를 가는가가 아니라, 누군가와 함께 하는 가에 있다는 것.
좋은 사람과의 동행이어서 더 아름다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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