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시간/끌림 - 풍경

전주 나들이, 전동 성당에서 첫마중길까지

다연바람숲 2017. 8. 15. 17:24

 

 

 

 

 

 

 

 

 

 

 

 

 

 

 

 

 

 

 

 

 

 

삶의 긴장을 풀 수 있어 좋았습니다.

나를 둘러싸고 있는 온갖 격식의 이름들,

그 모든 걸 잊고 잠시 나일 수 있어 좋았습니다.

 

어디 사는 아무개도 아니고

무얼 하는 아무개도 아니고

온전히 내 이름 석 자로 나를 기억하고 존중하는 사람들과의 만남은

그래서 언제나 나의 존재와 정체성에 대하여 한 번 더 생각할 시간을 줍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내가 어떤 감성을 가졌는지, 내가 무얼 잘할 수 있는지

그것들의 이름을 호명해주고 격려해주는 사람들과의 만남은 그래서 더 의미가 있습니다.

 

여행의 진정한 의미는 어디를 가느냐의 일이 아니라 누구와 함께 하는가의 일이라는 걸,

똑같은 풍경 속에 있어도 다른 느낌의 풍경들이 다가오는 걸 보며 느끼고 생각을 합니다.

 

한 때 같은 꿈을 꾸었고,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치열한 시간을 보냈던 사람들,

누군가는 그 꿈을 이루었고, 누군가는 여전히 삶처럼 치열한 꿈의 길을 걷고,

나처럼 그때의 치열함이나 꿈조차 잊고 사는 사람도 있지만

서로 다른 길을 걸어도 여전히 함께 기억하는 사람의 온도는 따숨입니다.

 

꽃이 피면 꽃보듯이 보자하였고 단풍들면 단풍 보듯 보자하였고

눈 내리는 계절엔 첫눈처럼 보자하였고 그 기약없는 약속, 해를 넘다가

흐린 여름 날, 빗방울조차 사람들처럼 순하고 순하게 내리는 날

철원에서, 청주에서, 나주에서, 광양에서, 김제에서 달려와 모인 사람들.

그들이어서 좋았고, 꽃같아서 좋았고, 순둥이 빗방울 같아 좋았습니다.

 

서로 다른 곳에서, 서로 다른 삶을 살아도

공유할 꿈과 추억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함께하는 순간을 더 소중하게 합니다.

 

또, 다시의 기대가 남아있으므로

만남은 기다림의 또 다른 이름입니다.

 

8월이 또 아름답게 흘러갑니다.

세상의 아름다움을 조금 더 멀리 보고 왔으므로

나는 또 그만큼, 조금 더 성숙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