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너머 풍경/단상 - 바람엽서

비, 저녁을 걷다

다연바람숲 2017. 7. 10. 12:12


 




비가 내려서 라고 한다

벌써 몇 달째
하루도 빠짐없이 같은 길을 걸었는데
그동안 잘 보이지 않았던 길과 풍경들이 보인다

어떤 길은 기억이고
어떤 풍경은 추억이며
어떤 시간은 회상이다

누군가와 걸었던 길이 있고
누군가와 앉았던 벤치가 있고
누군가가 기다리던 다리가 있다


누군가가 누구인지도 아득한 시간들이
자꾸 들이치는 빗줄기처럼 다가왔다 지나간다

우산에 떨어지는 빗방울의 소리는
빗방울의 굵기와 속도에 비례한다

빗방울을 받아먹는 저수지의 작은 입들은

우산에 떨어지는 빗방울의 간격에 비례한다

기억의 온도는 비 오는 날의 습도에 비례한다

 

후둑 후두둑

가서 다시 오지않는 시간들이

비 오는 저녁을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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