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너머 풍경/단상 - 바람엽서

나의 계절은

다연바람숲 2017. 5. 31. 19:04

 

 

 

 

 

 

 

 

 

 

 

 

 

 일 년에 네 번 바뀌는 계절뿐만이 아니라 사람에게도 저마다 계절이 도착하고 계절이 떠나기도 한다. 나에게는 가을이 왔는데 당신은 봄을 벗어나는 중일 수도 있다. 나는 이제 사랑이 시작됐는데 당신은 이미 사랑을 끝내버린 것처럼.

 

그러니 '당신은 지금 어떤 계절이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나는 지금 어떤 계절을 어떻게 살고 있다고 술술 답하는 상태에 있으면 좋겠다. 적어도 계절은 지금 우리가 어디에 와 있는지를, 어디를 살고 있는지를 조금 많이 알게 해주니까.

 

                                                                                                    이병률 여행산문집 < 내 옆에 있는 사람> 중에서           

 

*

 

꽃이 피니 꽃이 진다.

꽃이 지니 또 꽃이 핀다.

지는 꽃 옆에서 새 꽃봉오리가 벙글고,

피는 꽃 가지에서 먼저 핀 꽃이 시든다.

 

뿌리는 하나여도 제 각각 가지의 꽃송이들이

피고지는 속도를 달리하며 하나의 꽃빛을 완성해 간다.

 

봄날에 5월을 맞았던 기억이 엊그제 같은데,

몇 번의 이른 찜통 더위를 경험했고 한여름의 기운 속에서 5월을 보낸다.

 

돌아보면 5월,

참 잘 살았다.

꽃처럼 잘 살았다.

 

피어야 할 때를 알고 피었고

져야할 때를 알고 순응하며 살았다.

그 어느 때보다 당당하였으며 자존감을 세웠으며

인정에 이끌려 마음의 말을 삼키다 상처받는 일도 없었다.

할 일은 하였고, 할 말은 하였고, 일에 대한 자긍심은 높였으니

하루하루 가지마다 꽃을 피우듯 살아 감히 아름다운 5월이었다 말할 수 있겠다.

 

내가 허락하지않는 한, 세상 그 누구도 나를 함부로 대하거나 상처줄 수 없음을,

그 어느 때보다 나를 귀하게 여겼고, 사랑하였고. 그리하여 행복하였다.

 

누군가 내게 당신은 어떤 계절을 살고 있는가 묻는다면,

나는 여전히 5월을 살고 있다고 답할 것이다.

꽃처럼 참 아름다운 계절을 살아내고 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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