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너머 풍경/단상 - 바람엽서

위험한 장난

다연바람숲 2017. 6. 19. 19:58

 

 

 

 

일요일 저녁,

모임이 있어 참석했다 동네 명암지에서 늦은 밤산책을 했어요.

 

한낮 폭염주의보에 쩔쩔 끓던 도시와는 달리 산과 산의 골을 타고 흘러내려온 바람으로 저수지는 서늘하고,

휴일 한낮의 더위를 식히기 위해서인지 운동과 산책을 나온 사람들로 늦은 시간에도 저수지는 많이 붐볐어요.

 

산책을 끝내고 저수지 길옆에 세워놓은 차에 오르려는데

서너살이나 되었을까? 작은 아이가 엄마를 부르면서 나를 지나쳐 앞만 보고 달려가는거여요.

당연히 앞서가는 엄마를 쫓아가는 것이려니 아이의 뒷꼭지서 눈을 돌리다가

차 앞에 엉거주춤 허리를 숙이고 숨은 것처럼 있는 두 사람과 눈이 마주쳤어요.

어린 아기를 안고 있는 젊은 엄마와 그 남편으로 보이는 젊은 남자,

마주친 나와 상관없이 두 사람의 시선이 가있는 곳은 달려가고 있는 아기의 뒷모습이었어요.

차가 움직일거라 생각했는지 자리를 비켜 젊은 엄마는 벤치로 향하고 젊은 아빠도 그 뒤를 따르는데

얼핏 두 사람의 대화를 들으니 달려가고 있는 어린 아이의 엄마 아빠라는 것을 알겠어요.

 

아이는 벌써 저만큼을 달려갔는데, 흐느낌에 가깝게 엄마를 부르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데

뒤늦게서야 그것도 아주 천천히 아이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아이 아빠를 바라보면서 차를 출발했어요.

 

그런데 말이지요.

집을 향해 가는데 가슴에서 울컥 화가 치솟는거여요.

장난이라면, 그것이 부모가 아이에게 하는 장난치고는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드는거여요.

그런 장난은 장난의 판단이 서는 어른의 눈높이에 맞춘 장난이지

결코 어린 아이에게 해서는 안되는 장난이란 생각이 들어서 화가나는 거여요.

 

함께 있던 엄마아빠가 어느 순간 사라져 보이지않고,

아무리 불러도 대답은 없고 찾아봐도 찾아봐도 엄마아빠는 없고 낯선 사람들 뿐일 때

그것이 단 몇 분의 짧은 시간일지라도 아이가 느끼는 불안과 공포는 얼마나 큰 것이겠어요.

어쩌면 그 순간에 느낀 분리불안의 충격으로 아이의 성격과 미래가 달라질 수도 있는 일이고,

그 순간에 느낀 상실의 공포가 아주 오랫동안 아이를 힘들게 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미치니까

참견해야 했다. . .그 모습, 그 광경을 보고도 무관심하게 지나쳐온 내 자신에게도 화가 나는 거여요.

 

누군가를 잃는 일이,

애착대상인 부모를 눈 앞에서 잃었을 때의 공포가,

어린 아이에게 얼마나 충격적인 고통이 될 수 있는지 그 젊은 부부는 정말 몰랐을까요?

 

아이는 아빠가 뒤쫓아가 잘 안아주었겠지요?

엄마아빠는 널 두고 절대 어디가지 않아, 무섭지않게 잘 다독거려 주었겠지요?

 

그 젊은 엄마아빠를 보면 다음에는 꼭 말해주고 싶어요.

이젠 아이를 상대로 그런 위험한 장난은 하지말라고.

 

이런 제가 유난스럽게 오버하는 건가요?

 

 

 

 

 

 

'창너머 풍경 > 단상 - 바람엽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말이 가벼운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0) 2017.07.23
비, 저녁을 걷다  (0) 2017.07.10
나의 계절은  (0) 2017.05.31
잊지않는 것이 진짜 사랑이야  (0) 2017.05.27
나뭇잎  (0) 2017.0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