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기차 / 강은교

다연바람숲 2017. 3. 13. 11:35

 

 

 

 

/ 강은교


  

봄이 오면 기차를 탈 것이다

꽃그림이 그려진 분홍색 나무의자에 앉을 것이다

워워워, 바람을 몰 것이다


   매화나무 연분홍 꽃이 핀 마을에 닿으면

   기차에서 내려

   산수유 노란 꽃잎 하늘을 받쳐 들고 있는 마을에 닿으면

   또 기차에서 내려

   진달래빛 바람이 불면

   또또 기차에서 내려


봄이 오면 오랜 당신과 함께 기차를 탈 것이다.

들불 비치는 책 한 권 들고

내가 화안히 비치는 연못 한 페이지 열어젖히며


봄이 오면 여기여기 봄이 오면

당신의 온기도 따뜻한 무릎에 나를 맞대고

세상에서 가장 부드러운 여행을 떠날 것이다

은난초 흰 꽃커튼이 나풀대는 창가의 의자에 앉아

광야로 광야로

떠날 것이다, 푸른 목덜미 극락조처럼 빛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