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9년 / 이성복
그해 겨울이 지나고 여름이 시작되어도
봄은 오지 않았다 복숭아나무는
채 꽃 피기 전에 아주 작은 열매를 맺고
不姓의 살구나무는 시들어 갔다
소년들의 性器에는 까닭없이 고름이 흐르고
의사들은 아프리카까지 移民을 떠났다 우리는
유학 가는 친구들에게 술 한잔 얻어 먹거나
이차 대전 때 南洋으로 징용 간 삼촌에게서
뜻밖의 편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어떤
놀라움도 우리를 無氣力과 不感症으로부터
불러내지 못했고, 다만 그 전해에 비해
약간 더 화려하게 절망적인 우리의 습관을
修飾했을 뿐 아무 것도 追億되지 않았다
어머니는 살아 있고 여동생은 발랄하지만
그들의 기쁨은 소리 없이 내 구둣발에 짓이겨
지거나 이미 파리채 밑에 으깨어져 있었고
春畵를 볼 때마다 부패한 채 떠올라 왔다
그해 겨울이 지나고 여름이 시작되어도
우리는 봄이 아닌 倫理와 사이비 學說과
싸우고 있었다 오지 않는 봄이어야 했기에
우리는 보이지 않는 監獄으로 자진해 갔다
.
'창너머 풍경 > 열정 - 끌리는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민지의 꽃 / 정희성 (0) | 2017.03.14 |
---|---|
기차 / 강은교 (0) | 2017.03.13 |
옮긴이의 말 / 이장욱 (0) | 2017.02.08 |
밥이나 한번 먹자고 할 때 / 문성해 (0) | 2017.02.02 |
내소사 / 도종환 (0) | 2017.01.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