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1959년 / 이성복

다연바람숲 2017. 3. 7. 17:12

 

1959년 / 이성복

 

 

그해 겨울이 지나고 여름이 시작되어도

봄은 오지 않았다 복숭아나무는

채 꽃 피기 전에 아주 작은 열매를 맺고

不姓의 살구나무는 시들어 갔다

소년들의 性器에는 까닭없이 고름이 흐르고

의사들은 아프리카까지 移民을 떠났다 우리는

유학 가는 친구들에게 술 한잔 얻어 먹거나

이차 대전 때 南洋으로 징용 간 삼촌에게서

뜻밖의 편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어떤

놀라움도 우리를 無氣力과 不感症으로부터

불러내지 못했고, 다만 그 전해에 비해

약간 더 화려하게 절망적인 우리의 습관을

修飾했을 뿐 아무 것도 追億되지 않았다

어머니는 살아 있고 여동생은 발랄하지만

그들의 기쁨은 소리 없이 내 구둣발에 짓이겨

지거나 이미 파리채 밑에 으깨어져 있었고

春畵를 볼 때마다 부패한 채 떠올라 왔다

그해 겨울이 지나고 여름이 시작되어도

우리는 봄이 아닌 倫理와 사이비 學說과

싸우고 있었다 오지 않는 봄이어야 했기에

우리는 보이지 않는 監獄으로 자진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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