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 90 깊이 33 높이 65
참 소박하지요.
그 흔한 장석, 그 흔한 경첩도 없이
참 단순하고 꾸밈도 없지요.
고객님의 할머니로부터 어머니, 본인까지 3대째 물려쓰고 있던 반닫이를 들여왔어요.
그런데 이 촌스럽고 투박하기만한 반닫이의 느낌이 참 묘하니 이상하지요? 경첩이며 앞바탕이며 광두정이며 그 모양도 크기도 각각인 장석들을 머리핀처럼 꽂고 있는 다른 반닫이들 보다가 백지처럼 아무 것도 없이 밋밋한 이 반닫이를 보고있자면 어쩌면 이런 반닫이가 전형적인 서민의 가구가 아니었을까 생각도 드니 말이지요.
이름난 소목장은 아니지만, 어깨 너머 나무 다루는 솜씨는 익혔고, 할만하고, 동네 어르신들이 어찌어찌 이런이런 식의 가구를 짜달라 주문하면 그에 맞는 가구를 뚝딱뚝딱 만들어내던 가구쟁이가 마을에 한 사람쯤 있지않았을까요? 용도가 분명하니 거기 맞는 짜임새만 갖추면 될 일, 그 동네가 어디거나 거기 형식에 맞는 무쇠장석들은 돈이 드니 생략하고 그저 단단하고 야무지고 튼튼한 가구를 짜달라 주문하는 사람도 있지않았을까요?
그렇게 만들어져서 구한말 가난한 선비방의 책궤였거나 시대를 거쳐오며 아녀자방의 옷궤였다가 근간에는 이것저것 잡동사니 넣어두는 궤였다가, 3대의 손길, 3대의 애착, 3대의 내림으로 공간을 버티고 버티다가 이제 다연에까지 오게 되었겠지요. 이런 이야기, 이런 알콩달콩 사람의 이야기가 살아있는 가구라서 참 좋습니다.
소나무로 만들어졌고 측널 사개물림 기법을 사용했고 측널에 맞추어 앞다리를 붙여 보완하는 형식으로 마무리를 했어요.앞면 경첩이 없는 대신 문판 양옆에 널을 달아 문을 열때 천판에 걸리도록 했는데 내부를 정리할 때는 문판을 떼어낼 수 있다는 장점 또한 있지요. 형식에 구애받지않는 자유로움이 느껴진다면 너무 앞서간다 하실라나요?
보이는대로, 단순 소박한, 머리핀도 없는 촌스런 상고머리 같은, 소나무로 만들어진 책반닫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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