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 90 깊이 36 높이 79
오랜만에 아주 마음에 드는 반닫이가 들어왔어요.
문판을 포함한 앞판은 용목이 들어간 회화나무, 상판과 측널은 팽나무, 뒷면과 바닥은 소나무로 만들어진 남원 책반닫이여요.
책반닫이 특성상 폭이 좁은 측널을 윗사개물림으로 마무리를 했고 상판에서 다리까지 한통으로 연결을 해줌으로써 측면의 결을 살려주는 효과까지 보강이 되었어요.
회화나무는 무늬가 화려하게 드러나지않는 선비목 중의 하나로 시각적으로 공부나 수양에 방해가 되지않도록, 선비의 방에 놓이는 가구의 소재로 많이 쓰였다고 해요. 그러고보면 왜 선비목이라 불리는지 알 것도 같지요? 이 남원반닫이의 문판은 회화나무의 몸판과 뿌리 부분이 어우러져 반용목의 형태를 지녔어요. 그럼에도 화려한 결이 전혀 드러나지않는 것은 선비의 방에 놓일 책반닫이로써의 용도를 위해 도색으로 전면의 결은 가리고 측면의 결을 살려 강조했기 때문일거여요. 그런 맥락으로 본다면 가구로써의 기본에는 충실하게, 거기에다 도색과 결까지 완벽하게 맞추어 제작된 반닫이라 할 수도 있겠지요.
전라도 반닫이답게 내부에 있는 세개의 서랍도 눈여겨 보실 부분 중 하나여요. 시대가 떨어진 폰 카메라를 쓰다보니 사진상으로 표현이 다 되지않아 아쉽지만 서랍의 면판이 반닫이의 문판과 같은 회화나무로 만들어졌고 더 세세하게 살펴보면 서랍 동자에 골이 파져있는데 이런 경우, 만들어진 연대가 훨씬 앞선다고 하네요.
오랜 반닫이들이 제치의 다리를 갖고있는 경우가 드물다고 볼 때, 풍혈이 들어간 다리 부분도 감잡이를 돌려 어떻게 마무리 되었는지 또한 눈여겨 볼 부분이어요. 윗사개물림을 한 측면의 하단 다리부분도 자세히 살펴보면 촉짜임과 사개물림, 감잡이, 세 가지 기법으로 마무리했음을 알 수 있어요.
문판의 귀잡이와 측면의 귀잡이도 특별한 면이 있는데 알아보셨을까요? 대개 반닫이들의 귀잡이가 문판에 있는 반면 이 남원반닫이는 문판과 연결해서 측면에도 귀잡이를 넣었는데 문판과 대칭으로 예술적인 면을 살려 넣은 헛귀잡이여요. 이 반닫이를 만든 소목장의 섬세한 안목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 부분이 아닐까싶어요.
우리 옛가구의 기본에 충실하게 만든 그저 그런 반닫이 같은데 들여다보면 볼수록 특별한 매력이 많은 반닫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설명할 것이 많아지는 걸 보니 오랜만에 만난 이 기물이 저도 썩 마음에 드는 것이겠지요.
앞뒤없는 말들이지만 이 느낌 그대로 전달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지극히 단순해 보이지만 그저 단순하지만은 않은,
남원 책반닫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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