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시간/끌림 - 풍경

그러니 눈을 감지는 말지요.

다연바람숲 2016. 7. 23. 15:08

 

 

 

 

 

 

 

 

사람으로 우리는 집을 지어요. 강렬한 사람에 대한 기억을 가져다 뼈대를 짓고, 품이 넓은 사람에 대한 기억을 가져다 지붕을 올리고, 마음이 따뜻했던 사람에 대한 기억을 데려다 실내를 데웁니다. 좋은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는 것은 인생의 중심을 받칠 만한 사건이 없다는 것이지요. 그것으로 지은 집은 바람에도 약할뿐더러 곧 녹아내리지요.

그러니 눈을 감지는 말지요. 그건 세상과 친해지지 않겠다는 이야기니까. 세상은 그런 당신에게 아무것도 보여줄 게 없어요. 아무것도 보지않겠다고 눈을 감은 당신에게, 세상은 사람한테로 나 있는 계단을 내줄 수 없어요.

 

이병률 <내 옆에 있는 사람> 중에서

 

*

 

한낮, 7월의 햇살에 익어가는 풍경은 온통 하얀빛입니다.

뜨거운 햇살 아래 쩔쩔 끓는 도시는 제 풀에 지쳐 말을 잃은지 오래, 초록이 식혀주는 풍경 속으로 바람 몇 점 따분하게 지나갑니다.

 

뜰앞에 환하던 꽃들도 한낮엔 지쳐 자꾸만 땅으로 고개를 떨굽니다. 사과할 일이 많았던 시간들에 대한 반성이 문득 고개 숙인 꽃잎 속에 있습니다.

 

세상의 소식들은 폭염의 열기가 무색하게 섬뜩할 때가 많습니다. 운전대를 잡으면 모두가 경계해야할 대상이며 조심보다 방어를 해야하나가 혼돈이고, 어둑한 길에서 만나는 낯선 사람들은 만약을 생각해야할만큼 두려운 존재이며 멀어지고싶은 타인입니다.

 

요즘엔 삶과 교육의 방식에 대하여 혼란스러운 숙제 속에 있습니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보다 인성이 좋은 아이가 되어라.

성적에 연연하기보다는 남을 먼저 배려하는 착한 아이가 되어라.

누군가 너를 바라볼 때 밝은 에너지를주고 기쁨을 주는 아이가 되어라. 많이 웃고 많이 행복해라. 그저 몸도 마음도 건강해라.

공부는 꿈을 이루기위한 목적으로 하고 그 꿈을 선택하는데 최선을 다해라. 그 모든 것은 너의 삶이므로 네가 가꾸고 이루어나가야할 것.

 

그렇게 스스로 아이들은 방목이라 하고 나는 자율이라하는 방식으로 키웠는데 말이지요.

 

그로인해 오히려 부당한 쪽에서 불리한 대우를 받을 때...

그건 아이들의 삶뿐만 아니라 내가 세상을 잘못 살았는가에 대한 의문에 들게합니다.

 

그러할지라도, 눈을 감지는 말지요.

그럴수록 눈을 크게 뜨고 세상을 마주보아야지요.

그래도 세상의 더 많은 사람들이 정직하게 살아가고 밝은 쪽을 향해 걸어간다는 걸, 진실은 결국 올바른 계단으로 안내한다는 걸 믿어야지요.

 

마음 답답하여서,

폭염 재난경보까지 내려진 날에 그냥 횡설수설 입니다.

말도 마음의 무게를 덜어주는지 혼잣말로도 한결 가벼워집니다

 

안녕?

안녕하니?

바람이 손을 흔들고 지나가는지 나뭇잎들 푸르르 한낮의 정적을 깨웁니다.

그런 오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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