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연의 이웃에 도로시가 있지요.
도로시라는 간판의 이름을 꼭 닮은 도로시의 주인은 수를 놓는 여인입니다.
한 땀 한 땀 세월을 수 놓듯, 수를 놓은 작품들을 모아 그녀가 전시회를 열었습니다.
수의 빗장을 활짝 열었습니다.
늘 우리 가까이,
우리의 삶 속에, 우리의 생활 속에 자수가 어떤 모습으로 스며들 수 있는지
그저 보여주기 위한 자수가 아니라 생활 속에 응용될 수 있는 자수를 보여주므로 그 의미가 또 특별합니다.
옷을 판매하므로 일의 특성상 고요히 작업에 몰두할 시간이 많지않지만
그녀의 시간은 한 땀 한 땀의 수를 놓는 일과 참 많이 닮았습니다.
바구니의 테두리 선을 수 놓는다 싶으면 어느새 바구니에 들꽃을 가득 채워 수 놓고,
가방의 모양을 재단한다 싶으면 어느새 바느질로 완성된 가방의 면면 꽃을 피워 수 놓고,
버려지는 수건걸이도, 투박하고 촌스러운 됫박도, 무엇에 쓸까 모반도 그녀의 손길을 거치면 하나의 작품으로 태어납니다.
마치 마법처럼 뚝딱, 보는 이에겐 순간같지만 절대 서두를 수 없는 한 땀 한 땀의 수고와 정성의 결과물들이지요.
그 아름다운 작품들이 모여 활짝, 가을 날의 들꽃을 환하게 피웠습니다.
전시 기간이 짧아 오늘로 전시회를 마쳐서 광고를 해도 가서 보실 수 있는 기회는 없겠지만
사진으로라도 담백하고 따스한 전시회의 분위기와 작품들을 감상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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