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번쯤 처음 영화관에 가본 것처럼 어두워져라
곯아버린 연필심처럼, 하루 한 번 쯤 가벼워져라
하루 한 번쯤, 보냈다는데 오지 않은 그 사람의 편지처럼 울어라
다시 태어난다 해도 당신밖에는 없을 것처럼 좋아해라
누구도 이기지 마라, 누구도 넘어뜨리지 마라
하루 한 번 문신을 지워낼 듯이 힘을 들여 안 좋은 일을 지워라
양팔이 넘칠 것처럼 하루 한 번 다 가져라
세상 모두 내 것인 양 행동하라
하루 한 번쯤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앉으라, 내가 못하는 것들을 펼쳐놓아라
먼지가 되어 바닥에 있어보라
하루에 한 번 겨울 텐트에서 두 손으로 감싼 국물처럼 따듯하라
어머니가 내 뒷모습을 바라보는 만큼 애틋하라
하루 한 번 내 자신이 귀하다고 느껴라
좋은 것을 바라지 말고 원하는 것을 바라라
옆에 없는 것처럼 그 한 사람을 크게 사랑하라
이병률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중에서
'창너머 풍경 > 순수 - 비우는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랑이 여행이랑 닮은 것은 / 이병률 (0) | 2016.08.10 |
---|---|
아픈 곳이 있거든 버리거라 (0) | 2016.02.05 |
실천한다면 절대로 후회하지않을 51 가지 (0) | 2015.02.16 |
어쩌면 탱고 / 이병률 (0) | 2014.12.12 |
스페인의 밤 열차는 내게 그리워하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0) | 2014.09.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