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너머 풍경/독서 - 빌리는 말

키스 앤 텔 / 알랭드 보통

다연바람숲 2015. 8. 12. 10:37

키스가 알려주는 연애의 진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우리는 사랑일까》에 이은 알랭 드 보통의 ‘사랑과 인간관계 3부작’의 마지막 편 『키스 앤 텔』. 남녀가 연애할 때 겪는 보편적인 순간들, 연애 과정 속의 미묘한 심리를 위트 넘치게 묘사한 알랭 드 보통의 철학적 연애소설이다. 2005년《키스하기 전에 우리가 하는 말들》, 2011년 《너를 사랑한다는 건》이라는 제목으로 국내에 두 차례 소개된 바 있는 작품으로 국내 출간 10년을 기념해 원제를 그대로 살린 제목으로 다시 선보인다.

1인칭 화자 ‘나’는 전 여자 친구에게서 자기밖에 모른다고, 다른 사람에게 공감할 줄 모른다는 비난을 받고 실연을 당한 뒤, “적절하고 충실한 이야기에 담아낼 가치가 없는 삶이란 없다”라는 새뮤얼 존슨의 말에서 영감을 받아 그의 삶으로 걸어 들어오는 누구든 온전히 알고, 이해하고, 공감해보기로 마음먹는다. 이때 그의 삶으로 들어온 이자벨 로저스. 위대사거나 저명하지 않은 그녀는 전기의 주인공으로 적합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나’는 비난받은 자신의 결점을 보완하기 위해 그녀를 온전히 알아가고자 전기 작가 혹은 시작하는 연인의 열정으로 노력한다.

키스로 친밀해진 그녀는 마치 진실게임을 하듯 숨기고 싶었던 비밀과 사랑에 관한 단상을 이야기하고, 자신의 비밀이 담긴 연애사를 침대 위에서 털어놓는다. ‘나’는 그녀의 사생활과 연애관을 철학과 이성의 눈으로 바라보며 분석해나간다. 이처럼 이 책은 전기(傳記)의 형식을 접목시켜 이사벨의 사적인 비밀을 드러낸다. 마치 그녀의 말이 사실임을 증명하듯 사진들을 보여주고, 각종 도표를 사용하며 재기발랄한 상상력으로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풀어나간다. 자전적 경험과 지적 위트를 결합시킨 독특한 이 소설은 전 세계 20여 개 언어로 번역, 출판되어 수많은 독자들을 매료시켰다.

 

 

 

애착과 전기를 쓰고자 하는 충동 사이에는 공통점이 있다고, 즉 ‘다른 사람을 완벽히 알고 싶은 충동’이 있다고 주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 진정한 전기는 작가와 대상 사이의 다소간 의식적인 감정적 관계를 요구한다. 그렇지 않다면 그런 책을 마무리하는 데 필요한 엄청난 에너지를 달리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는가? - 64〜65쪽

친밀해지는 과정에는 유혹과 대립되는 면이 있다. 비우호적인 판단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사랑할 만한 가치가 없어 보일 수도 있는 측면을 드러내는 위험을 무릅쓰기 때문이다. - 154쪽



육체적 욕망의 이야기는 외적인 드라마가 어떻게 전개되든 관심을 사로잡는 힘이 있었다. 일단 이야기가 궤도에 오르면 우리는 석기시대 사람들로 돌아가, 모닥불 옆에서 털이 부슬부슬한 매머드 갈빗대를 우적우적 씹으며, 교육받은 문학평론가라면 아주 천박하게 여길 질문, 즉 “그다음에는 어떻게 됐는데?”에 대한 답을 알아내려고 갈망하게 된다. - 168쪽

 

 

감정생활에서만큼 사람을 터무니없이 오해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이것은 사랑에 빠졌을 때만큼 상대의 성향에 몰두하는 경우가 없기 때문이며, 그때만큼 상대의 불편한 악습들을 그렇게 열심히 잊으려 하는 경우가 없기 때문이다. 사랑에 빠진 상태란 사람을 잘못 아는 것이 무엇인지, 엉터리 전기를 쓰는 것이 무엇인지 잘 보여주는 교묘한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감정적 곤궁도 이런 혼란스러운 심리적 노력에 상당한 책임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아이를 갖고 싶을 때, 또는 일요일을 한 번만 더 혼자 보냈다가는 돌아버릴 것 같을 때, 우리는 이래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다른 사람들을 공정한 눈으로 보지 않게 된다. 뭔가에 속아 넘어간 듯 우리의 소망 가운데 몇 가지만을 인정한다. 이런 소망 가운데서도 키스를 할 입술을 얻고자 하는 소망이 단연 두드러진다. - 174쪽



어떤 사람이 사랑했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때 그 사람에 관하여 뭘 알기를 바라는가? 왜 이 문제가 우리가 사적이라고 여기는, 삶의 신비한 부분을 이해하는 데 중심을 이루는 것처럼 보이는가? 마지막으로, 우리는 연인을 선택하는 것으로 우리 자신의 무엇을 드러내는가? - 170쪽

‘굳이 가서 확인할 필요도 없이, 어떤 사람이 어떤 것에 어떻게 반응할지 정확하게 아는 것.’ 이것이 어떤 사람을 충분히 잘 안다는 완벽한 상징 아닐까? - 31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