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너머 풍경/독서 - 빌리는 말

다크 플레이스 / 길리언 폴린

다연바람숲 2015. 8. 28. 19:30

 

 

 

 

하지만 이런 추억을 오래 떠올리진 못했다. 나는 늘 이런 추억에 특별 위험 지역을 표시하듯 ' 다크 플레이스' 라는 낙인을 찍어 묻어 두었다.

 

엄마가 빌어먹을 커피메이커를 고치려고 애쓰던 모습이나 미셸 언니가 면 잠옷에 무릎까지 당겨 신은 양말 차림으로 춤을 추던 모습을 오래 생각하다 보면, 내 마음은 온통 다크 플레이스로 가득 차게 된다. 깊은 밤을 미친 듯이 가르는 붉은 비명 소리, 귀를 막아도 들려오는, 마치 나무를 베듯 리드미컬한 도끼 소리, 좁은 복도에 울려 퍼지는 총성, 머리가 반쯤 떨어져 나간 채 공포에 질려 태초의 비명을 질러대면서도, 자식들을 구하려고 몸부림치고 있는 엄마.

 

                                                                     page 24

 

이 세상의 모든 나쁜 일은 이전에 일어난 적이 있기 때문에 또다시 발생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page 48

 

아니, 내가 본 건 정말 본 거야. 늘 버릇처럼 읊조리는 주문이었다.

비록 거짓말이었지만. 사실 나는 본 게 없었다. 이제 속이 시원한가들? 그래. 엄밀히 말하자면, 나는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듣기만 했을 뿐. 옷장에 숨어 있었기 때문에 들을 수만 있었다. 내가 쓸모없는 겁쟁이 꼬마였기 때문에 우리 가족이 죽은 것이다.

 

                                                                     page 76

 

엄마도 우릴 아기처럼 대하지 않았지만 우리는 어릴 때조차 어리광을 부리며 엄마를 불러본 적이 없었다. ' 엄마가 보고 싶어.' 내 안에서 뭔가 벌어지지 말아야 할 틈이 새는 것 같았다. 마지막 한 땀이 풀린 모양이다.

 

                                                                     page 258

 

"그날 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난 알아야겠어. 그뿐이야."

 "리비, 넌 지는 게임을 하고 있어. 내가 결백하다고 말하면 네가 유죄라는 뜻이고 네 인생은 엉망진창이 되겠지. 내가 유죄라고 말한다해도..... 너한텐 좋을 게 하나도 없어, 그렇지?"

 

                                                                     page 448

 

고의적이든, 우연이든, 당연하게든, 억울하게든, 가볍게든, 완전하게든, 여러모로 상처를 입은 사람들이 많았다. 엄마와 미셸 언니, 데비 언니, 벤 오빠, 나, 크리시 케이츠와 그녀의 부모님, 다이앤 이모, 트레이 크리스털 등등.

 

이들이 모두 상처를 치유받거나 적어도 마음이라도 편해지려면 얼마나 많은 것들을 바로잡아야 할까?

 

                                                                    page 565

 

 

  #

 

완벽한 기억이란 없다.

완벽한 진실이란 없다.

 

25년만에 밝혀지는 사건의 전말

 

길리언 폴린을 믿고 읽었다.

전작 '너를 찾아줘'의 긴장감을 바라고 읽었다.

 

현재와 과거의 시점을 오가는,

길리언 폴린만의 독특한 전개가 스토리에 긴장감을 더한다.

재미는 필수. . .  상상은 옵션. . .

 

영화가 제작되어 있지만 영화는 보지않을 생각이다.

이런 전개의 스토리를 영화로 만든다는 건,

원작의 긴장감을 그대로 살린다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