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너머 풍경/독서 - 빌리는 말

마담 보봐리 / 귀스타브 플로베르

다연바람숲 2015. 8. 6. 15:02

 

 

 

결혼하기 전까지 그녀는 사랑을 느낀다고 여겼었다. 그러나 그 사랑에서 응당 생겨나야 할 행복이 찾아오지 않는 것을 보면 자신이 잘못 생각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생겼다. 그래서 엠마는 여러 가지 책들에서 볼 때는 그렇게도 아름다워 보였었던 희열이니 정열이니 되취니 하는 말들이 실제로 인생에서는 도대체 어떤 의미인지 알고 싶었다.

 

                                                                                                  1부 제 5장 page 55

 

이렇게 잠시 그의 심장에 부싯돌을 문질러보았지만 불꽃이 일지 않는 것을 보자, 원래 자기가 직접 경험하지 않은 것이면 이해를 하지 못하고 뻔한 통념의 모습을 갖추지 않은 것이면 아무것도 믿지 못하는 그녀였기에 샤를르의 정열에는 이제 더이상 남다른 것이라곤 없다고 간단히 믿어버렸다.

 

                                                                                                   1부 제 7장 page 69

 

 

그 밖의 모든 세상사는 분명한 장소도 없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로 사라지고 없었다. 게다가 가까운 곳에 있는 것일수록 그녀의 생각은 그것에서 멀어져 갔다. 그녀를 가까이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 권태로운 전원, 우매한 소시민들, 평범한 생활 따위는  이 세계 속의 예외, 어쩌더가 그녀가 걸려든 특수한 우연에 불과한 반면, 저 너머에는 행복과 정열의 광대한 나라가 끝간데 없이 펼쳐져 있는 것처럼 생각되었다. 그녀는 욕망에 눈이 어두워진 나머지 물질적 사치의 쾌락과 마음의 기쁨을 혼동하고, 습관에서 오는 우아함과 감정의 섬세함을 혼동하고 있었다.

 

                                                                                                    1부 제 9장 page 90

 

 

그러나 마음 깊은 곳에서는 어떤 돌발 사건이 일어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조난당한 선원처럼 그녀는 삶의 고독 위로 절망한 눈길을 던지면서 멀리 수평선의 안개 속에서 혹시 어떤 흰 돛단배가 나타나지 않는지 찾고 있었다. 그 우연이, 그녀에게로 불어오는 바람이 어떤 것인지, 그것이 어떤 기슭으로 그녀를 데리고 갈 것인지, 그것이 쪽배일지 삼층 갑판의 대형선일지, 고뇌를 싣고 있는지 아니면 뱃전까지 가득한 행복을 적재하고 있는지 그녀는 알 수 없었다.

 

                                                                                                     1부 제 9장 page 95

 

여자는 끊임없이 금지와 마주친다. 무기력한 동시에 유순한 여자는 육체적으로 약하고 법률의 속박에 묶여 있다. 여자의 의지는 모자에 달린 베일 같아서 끈에 매여 있으면서 사방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펄럭거린다. 여자는 언제나 어떤 욕망에 이끌리지만 어떤 체면에 발목이 잡혀 있다.

 

                                                                                                     2부 제 3장 page 132

 

 

그때 그녀는 옛날에 읽었던 책 속의 여주인공들을 상기했다. 불륜의 사랑에 빠진 서정적인 여자들의 무리가 그녀의 기억 속에서 공감어린 목소리로 노래하기 시작하며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녀 자신이 이런 상상 세계의 진정한 일부로 변하면서 그녀는 예전에 자신이 그토록 선망했던 사랑에 빠진 여자의 전형이 바로 자기 자신이라고 여기게 되었다. 이리하여 젊은 시절의 긴 몽상이 현실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그녀는 설욕의 만족감도 느끼고 있었다. 그녀도 그만하면 어지간히 고통받지 않았는가! 그러나 이제 바햐흐로 승리를 거둔 것이다. 오랫동안 억눌려 있던 사랑이 환희로 끓어올라 한방울 남김없이 분출된 것이다. 그녀는 뉘우침도 불안도 고민도 없이 그 사랑을 음미하는 것이었다.

 

                                                                                                     2부 제 9장 page 237

 

 

그녀는 행복하지도 않았고 한번도 행복했던 적도 없었다. 인생에 대한 이런 아쉬움은 대체 어디서 오는 것일까? 의지하는 모든 것이 한순간에 썩어 무너지고 마는 것은 대체 무슨 까닭일까?......

......

사실 애써 찾아야 할 가치가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모두 다 거짓이다! 미소마다 그 뒤에는 권태의 하품이, 환희마다 그 뒤에는 혐오가 숨어 있고 황홀한 키스가 끝나면 입술 위에는 오직 보다 큰 관능을 구하는 실현 불가능한 욕망이 남을 뿐이다.

 

                                                                                                      3부 제 6장 page 410

 

 

엠마는 위세트로 떠났다. 그러면서도 그녀는 지난 날 그토록 아픈 상처를 주었던 것에 스스로 몸을 던지려고 달려가고 있다는 것도, 그리고 그것이 바로 몸을 파는 짓이라는 것도 깨닫지 못했다.

 

                                                                                                       3부 제 8장 page 445

 

 

그녀는 자기를 이토록 끔찍한 상태에 몰아넣은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즉 그게 돈문제였음을 까마득히 잊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가 괴로운 것은 오로지 사랑때문이었다. 그리고 부상당하여 다 죽어가는 사람이 피가 흐르는 상처를 통해서 생명이 새어나가는 것을 느끼듯이 그녀는 그 기억들을 통해서 자신의 몸에서 영혼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3부 제 8장 page 452

 

 

"그래요, 이젠 더 이상 당신을 원망하지 않아요!"

심지어 그는 태어나서 여지껏 한번도 입에 담아본 적이 없는, 단 한마디 엄청난 말을 덧붙이기까지 했다.

" 이게 다 운명 탓이지요!"

 

                                                                                                        3부 제 11장 page 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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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의 또 무수한 마담 보봐리들은 꿈꾸는 것이다.

길고 긴 그녀들의 몽상이 현실로 실현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