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너머 풍경/단상 - 바람엽서

오블리 비아테 Obliviate

다연바람숲 2014. 11. 24. 17:12

 

어떤 것에 대해 미운 마음을 품거나

자기가 억울한 일을 당했다고 해서

꼬치꼬치 캐고 들거나 속상해하면서

세월을 보내기에는

우리 인생이 너무 짧은 거란다.

 

샤롯 브론테 <제인 에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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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는 일은 어려운 게 아녀요.

다시 기억하는 일이 힘든 거지요.

 

그것이 씻을 수 없는 후회로 얼룩진 시간이거나

아무리 돌이켜봐도 억울하고 분한 일이거나

내게 준 상처가 너무 커서 미운 사람이라면,

다시 떠올리는 일조차 끔찍한 일이 되고말거여요.

 

하지만 기억이라는 것이 내가 반복 재생하지않는 한,

시간이 지나면 점차 지워지고 잊혀지는 것이어서 ,

오히려 기억을 붙잡고 잊고자 애를 쓰면 쓸수록 더 오래 힘이 들어요.

 

그것이 이미 지나간 일이고 다시 돌이킬 수 없는 일이라면,

기억에 관하여만큼은 우린 아주 많이 관대해질 필요가 있어요.

 

아무리 지우고싶은 일도, 분노도, 미운 사람도

내 몸에 난 흉터처럼 내 삶의 일부라는 걸 받아들여야 해요.

몸에 남아있는 흉터를 바라볼 때마다 상처났던 순간을 떠올리며 아파하는 사람은 없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상처는 무뎌지고 통증은 잊혀지고 어느 날엔 기억조차 지워지고 없을거여요.

어떤 기억이 떠올랐을 때 다시 상처받지않는 일이 중요해요.

 

지금 행복한 순간도 내일이면 잊혀지는데, 하물며 좋지못한 기억때문에

속상해하고 분노하고 누군가를 미워하면서 세월을 보내기에는 우리 인생이 너무 짧고 아까워요.

 

좋았던 시간만, 좋았던 일만, 좋았던 사람만 남겨두려해도

기억은 쉴 새없이 망각의 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걸 기억해요.

 

오블리 비아떼...

나쁜 기억은 빨리 잊어요..

좋은 기억이 더 오래 남아있을 수 있게요.

시간을 믿고, 나쁜 기억의 재생 버튼을 다시 누르지않도록 마법을 거는 일도

내 마음의 일이라는 걸 잊지말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