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너머 풍경/단상 - 바람엽서

끝과 시작에는 경계가 있다

다연바람숲 2014. 11. 14. 17:14

 

선과 악이라고 말하지말자. 그냥 '다름 ' 이다.

이성적이다, 감성적이다 구분하지 말자.

아니, 구분하되 어느 것도 더 나은 것이라고 재단하지 말자.

둘 다 네 것이다.

 

끝났다고 말하지 말자.

지금 잠시 끝났지만, 영원히 새롭게 시작되는 그 무엇은 늘

네 가슴 속에 있다.

 

아무 것도 끝나지 않는다.

아니, 끝과 시작에는 그 어떤 것도 분명한 경계란 없다.

 

김영숙 < 파리 블루 >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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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은 정작 근본없는 개처럼 살면서 사람들에게 감히 근본 운운하는 사람을, 비웃은 적이 있었다.

인생 자체가 모순이고 인격 자체가 위선이며, 남의 허물을 이용해 자신의 기회로 삼는 사람을,

도덕과 인격의 잣대를 빌어 쓰레기이며 개이며 인간 이하라고 비판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나와, 또 그에게 수긍하지않는 다수를 향해 외치는 근본이란 말에 느낌표 하나가 더 늘었을 뿐,

그는 달라지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악의적인 보복을 부메랑처럼 돌려 보냈다.

 

선과 악이라고 말하지 말자. 그냥 ' 다름 ' 이다.

나는 신이 아니다. 나는 법이 아니다.

누가 옳다거나 누가 틀렸다거나 구분하지 말자.

아니, 구분하되 누가 더 나은 것이라고 재단하지 말자.

누군가를 비판하는 순간, 나 자신도 그사람과 다를 바 없는 것이고

결국 둘 다 나의 것이다.

 

누군가 그의 목적을 위해 많은 사람들의 희생을 강요할지라도

나에게 해를 입히지않는 한, 그사람의 인생이다.

누군가 조금 더 가진 것을 힘인양 덜 가진 사람을 짖밟을지라도

나에게 그 힘을 내세우지않는 한, 그사람의 인생이다.

 

유유상종이다.

사람은 사람끼리, 짐승은 짐승끼리 모여 살면 되는 일이다.

 

그러니 아무 것도 끝나지 않는다고 말하지 말자.

끝이 있어야 시작이 있는 법이다.

바느질의 매듭을 묶지않고 다음 바느질을 시작할 수는 없는 일이다.

모든 끝과 시작에는 분명한 경계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