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투는 나의 힘 / 기형도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워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
길가의 가로수 잎 아직도 푸른데 겨울입니다.
늦게 계절을 피어난 꽃들, 아직 붉은데 겨울입니다.
겨울이 오니 한 해가 간다는 조급함이 앞섭니다.
나는 무얼하고 살았던가
나는 이 한해 무엇을 이루었던가
하고자하는 일도 많았지만 정작 해놓은 것 없는 뒤를 돌아보는 일이
이즈음엔 두려움이 됩니다.
그래도 나를 살게하는 일이 내가 살아가는 이유가 된다는 것만으로도
어제가 그러했듯이 오늘 후회없는 하루를 살 것이라는 기대만으로도
언젠가 뒤를 돌아보는 일이 그저 회한의 시선만은 아닐거란 위안을 해봅니다.
어여쁘고 귀한 것들이 요근래 많이 다연의 식구들이 되어서 아주 큰 부자가 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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