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월 / 오세영
무언가 잃어 간다는 것은
하나씩 성숙해 간다는 것이다
돌아보면 문득 나 홀로 남아있다
그리움에 목마르던 봄날 저녁
분분히 지던 꽃잎은 얼마나 슬펐던가
욕정으로 타오르던 여름 한 낮
화상입은 잎새들도 또 얼마나 아팠던가
그러나 지금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을 때
이 지상에는 외로운 목숨하나 걸려 있을 뿐이다
낙화여 네마지막의 투신을 슬퍼하지 말라
마지막의 이별이란 이미 이별이 아닌것
빛과 향이 어울린 또 한번의 만남인 것을
우리는 하나의 아름다운 이별을 갖기 위해서
오늘도 잃어가는 연습을 해야 한다
#
시월이라는 말, 참 좋지요.
마치 추억이라는 말처럼 그 말 속엔 시간의 향기가 있지요.
무언가 아름다운 빛깔의 기억만 그 시간 속에 남겨질 것 같은,
끝내 이루어지지못한 한때의 사랑조차 그 시간 속에 머물러 있을 것 같은, 시월이어요
마지막의 이별이란 이미 이별이 아닌 것,
빛과 향이 어울린 또 한번의 만남인 것을....
하나의 아름다운 이별을 갖기 위해
잃어가는 연습을 시작하는 시월의 첫날,
모두모두 아름다운 시월 되시기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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