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시간/올드-Vintage

다연, 문앞의 코스모스 흔들리는 저녁

다연바람숲 2013. 8. 24. 19:24

 

하루에도 몇 번씩 샵문 밖, 떨어진 플라타너스 잎들을 줍습니다.

간혹은 나보다 바람이 먼저 잎을 쓸어내기도하지만, 속수무책 나뭇잎 떨어지는 속도를 따라잡진 못합니다.

올려다보면 아직은 울울창창 푸르기만한 가로수,

저기 어디 조로증 환자처럼 바싹 마른 잎들이 숨어있는지, 어느 결에 사뿐 그 잎들 내려놓는지,

보이지는 않고 어느 틈에 돌아보면 쌓여가는 잎들과 마치 숨바꼭질을 하는 것 같습니다.

 

그제 어제 소나기 다녀간 뒤로 바람결이 많이 선선해졌습니다.

길고 긴 여름이어서 도무지 와줄 것 같지않던 가을이 문턱을 넘어선 걸 알겠습니다.

참 순하게 어둠이 찾아드는 저녁,

가을도 저리 순하게 스며드는 것이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어쩌다 샵앞 플라타너스 뿌리 사이 뿌리를 내린 코스모스,

그 작은 우주가, 여리고 여린 분홍빛이 바람에 흔들리는 저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