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불지도않고, 나뭇잎 출렁이지도 않았는데 잎이 집니다.
어제 초록이 남았던 자리 오늘은 붉고,
잎에 가려 보이지않던 길 건너 지붕 위의 감나무
조롱조롱 감들이 잎 진 자리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언제부턴가 지나는 사람들의 걸음은 빨라지고
그 걸음을 재촉하듯 저녁도 성큼 이르게 옵니다.
한나절만 지나면 길 위로 길어지는 그림자엔 색색의 잎들 ,
읽어도 읽히지않는 문자처럼 자꾸만 획을 늘려가며 눕습니다.
오늘의 하늘이 내 마음이고
내가 보는 풍경이 내 마음의 상징이라면
오늘의 하늘은 맑고, 풍경은 고요합니다.
알랭드 보통을 접고 무라카미 하루키를 펼치는 동안
설득당한 나와,
그리하여 나를 돌아보는 거울 하나를 갖게된 나를 만납니다.
내가 만든 공간 속에서 눈을 들어 마주하는 문밖의 가을이,
내가 그리는 그림처럼 유쾌한 상상 속으로 나를 데려갑니다.
슬프지않아서 아름다운 계절입니다. 그런 가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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