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 조병화
전투는 끝났다
이제 스스로 물러날 뿐이다
긴 그 어리석은 싸움에서
그 어리석음을 알고
서서히, 서서히, 돌아서는
이 허허로움
아, 얼마나 세상사 인간관계처럼
부끄러운 나날이었던가
실로 살려고 기를 쓰는 것들을 보는 것처럼
애절한 일이 또 있으랴
가을이 접어들며 훤히 열리는
외길, 이 혼자
이제 전투는 끝났다.
돌아갈 뿐이다.
#
치열했던 계절들이 지나갔다.
실로 살려고 기를 쓰는 동안에도
삶은 삶이었고 계절은 계절이었고
시절은 시절이었고 세상은 세상이었고,
이제 전투는 끝났다. 스스로 물러날 뿐이다. 돌아갈 뿐이다.
가을이 환하게 열어주는 길,
가을에는 허공에도 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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