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시간/끌림 - 풍경

우수, 다연 속의 봄날이 환합니다.

다연바람숲 2013. 2. 18.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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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네카는 " 참을 수 없는 것을 참았던 것을

                                                                                                            상기할 때마다 유쾌하다"고 술회하였다.

 

    ▶   사람의 성품은 물과 같다. 물이 한번 기울면 돌이킬 수 없듯이 성품이 한번 놓아지면 돌아오지 않나니, 물을 제어(制御)하려는 이가 둑으로 제어하듯이 성품을 제어하려는 이는 반드시 예법(禮法)으로 해야 한다. <景行錄>

 

景行錄에 云하되,  人性이 如水하여 水一傾則不可復이요  性一縱則不可反이니 制水者는 必以堤防하고 制性者는 必以禮法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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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때의 분함을 참아라, 백날의 근심을 면하리라. 참고 또 참아라, 경계하고 또 경계하라. 참지 않고 경계하지 않으면 작은 일도 커진다.

 

忍一時之忿이면 免百日之憂니라.  得忍且忍이요 得戒且戒하라. 不忍不戒면 小事成大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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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인이 선인을 꾸짖어 대거든 선인은 도무지 응대하지 말 일이다. 응대하지 않으매 마음이 맑고 조용한 데 비해, 꾸짖는 이는 입이 끓어오르는구나. 이는 마치 하늘을 향해 침을 뱉으면 도로 제 몸에 떨어지는 것과 같다.


惡人이 罵善人커든 善人은 摠不對하라.  不對에 心淸閑이요, 罵者는 口熱沸라 正如人唾天이면 還從己身墜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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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일에 인정을 남겨 두어라. 뒷날에도 서로 좋은 낯으로 보게 되리라.

 

凡事에 留人情이면, 後來에 好相見이니라.

 

                                                                     명심보감계성편[戒性篇]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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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명심보감을 곁에 두고 마음을 다스린 것이 참 잘한 일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화로써 화를 응대하지 않고 말을 아끼고 참아 말로 죄 짓는 일을 삼가하였으니

세네카의 말처럼 참을 수 없던 것을 참았던 것을 상기할 때마다 유쾌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며칠 전 다연을 다녀가셨던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께서 점심즈음 묵직한 배낭을 지고 오셨더랬습니다.

그 배낭 속엔 김치 한 통, 장조림 한 통, 감주 한 통, 잡곡밥 한 통, 수저 두 벌이 들어있었지요.

며칠 전 오셨을 때, 때를 놓쳐 다 저녁이 되어 늦은 점심을 시켜 먹는 제가 많이 안쓰러우셨던 게지요.

아무리 바빠도 때를 놓치면 안된다, 건강 잃으면 돈버는 일도 소용 없다, 찬밥에 김치 한 조각을 먹더라도 끼니 건너지 마라,

주시는 말씀 한 마디 한 마디 들으며 펼치는 도시락에 그만 가슴이 뭉클했지요. 눈물이 핑 돌았지요.

그 따뜻한 밥 주고싶어 버스를 타고 또 내려 몇 정거장 걸어와야하는 거리를 힘들게 추운 날씨에 땀 흘리며 오신거지요.

꾹꾹 눌러 담아오신 따뜻한 밥보다, 먹기좋게 한통 썰어오신 김치랑 장조림보다 , 밥알 동동 넘치게 담아오신 감주보다

그 마음이 너무 따뜻하고 감사해서 요며칠 사람으로 인해 상처받은 마음이 그래도 아직은 살만한 세상이라 위로를 받는거지요.

잘 참았다 기특하다 그래서 주시는 선물처럼 사랑과 인정으로 채워진 세상에서 가장 따뜻하고 맛있는 도시락을 먹었더랬지요.

 

이렇게 또 봄이 오는 것이겠지요.

눈이 비로 바뀌면서 얼었던 땅이 녹고 따뜻한 봄비가 내리기 시작하는 절기라서 우수,

오늘이 그 우수라지요.

마음의 얼음이 녹고 봄비의 기운을 받아 상처에서 이제 꽃을 피워낼 날도 멀지않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진 속에 몇몇 다연을 찾아 온 새로운 얼굴들이 보일거여요.

이런 인연들도 이토록 귀하고 소중한데 하물며 사람의 인연이야 얼마나 귀할까요.

이 글, 이 공간을 함께 해주시는 모든 분들의 인연에 또 감사드립니다.

당신이 있어 다연이 또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