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시간/끌림 - 풍경

겨울비 내리는 2월 첫날에...

다연바람숲 2013. 2. 1. 19:48

 

어느 시인이 말했던가요? 벌써라는 말이 2월처럼 잘 어울리는 달은 아마 없을거라고.

새해맞이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2월, 그 첫날에 겨울비가 촉촉하게 내립니다.

유난히 이 한 주가 빨리 지난다는 생각이 드는 건

아마도 한 주의 절반을 독한 몸살감기와 전쟁을 치루느라 정신없이 보냈기 때문이겠지요.

며칠 샵의 문을 닫을만큼 독하게 앓고 일어났더니 어느새 1월이 가고 또 한 주가 지나갑니다.

 

아프다는 제게 누군가가 말씀해 주셨지요.

몸이 쉬라고 신호를 보내오는 거라고, 그럴 때는 푹 쉬어주어야 한다고.

몸이 신호를 보내올만큼 몸을 혹사시킨 적도 없고, 느릿한 여유가 호사스러워 생긴 병이겠지만

그래도 정말 푹 쉬었지요. 쉬면서 개봉관에서 놓쳤던 <늑대소년>이란 영화 한 편도 떼었더랬지요.

 

어떻게 보면 환타지 소설같기도 하고 아이와 어른을 위한 동화같기도 하고

현실성 없는 소재와 스토리를 가진 영화 한 편이 주는 감동이라는 것이 그저 놀라웠습니다.

무엇이든 빨리 빨리, 기다림도 없고 기다려 줄 마음의 여유도 없는 각박한 세상에서 만나는

삶의 쉼표같은, 참으로 가슴 따뜻해지는 아름다운 감동이 여운처럼 남는 영화였지요.

 

'기다려 나 다시 올게'

남겨진 쪽지 하나를 품고 47년을 소녀를 기다려 온 늑대소년과

자신이 남겨놓은 약속조차 잊고 47년이라는 현실을 살아 온 이미 은발의 노년이 된 소녀...

이야기는 그들의 첫만남으로 부터 시작해 그들의 재회와 이별로 이야기를 맺습니다.

 

기다려...

유독 이 영화 속에 기다려란 말이 많이 나오는 것이 그저 우연만은 아닌듯 합니다.

길들여 진다는 것이 어떤 상황에 대하여 기다리고 인내하는 것임을 배워가는 늑대 소년과

기다림을 가르치면서 내면적으로 교감하고 첫사랑의 가슴앓이를 경험하는 소녀와

더러 웃음 나오고 더러 코 끝 찡해지는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가슴이 설레었던 것 같습니다.

 

47년의 세월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소년의 모습으로 소녀를 기다려 온 늑대 소년은

어쩌면 우리 모두가 꿈 꾸고 소망하는 첫사랑에 대한 기대와 환상이 아닐까도 싶습니다.

그렇게 멈춰버린 시간 속에서 오직 한사람을 기다려 온 순수한 영혼이 있다는 것,

우리는 그의 기다림 속의 순이가 되어서 함께 가슴 아프고 함께 또 행복해지기도 하는 것이지요.

 

가지마...

가슴 아픈 소년의 한 마디를 뒤로하고 현실로 돌아가는 , 아니 돌아갈 수 밖에 없는 이젠 소녀 아닌 그녀와

그 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늑대 소년의 마지막 모습에서 아직 다 끝나지않은 기다림을 읽게 됩니다.

 

기다려 나 다시 올게

 

아직도 어딘가에서 슬픈 눈으로 소녀를 기다리고 있는 늑대소년이 있을 것 같은,

봄으로 가는 길목이 멀지않다고 차분하게 겨울비가 내려주는 2월 하고도 첫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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