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부석사 / 정호승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오죽하면 비로자나불이 손가락에 매달려 앉아 있 겠느냐 기다리다가 죽여버려라
오죽하면 아미타불이 모가지를 베어서 베개로 삼 겠느냐 새벽이 지나도록
마지(摩旨)를 올리는 쇠종소리는 울리지 않는데
나는 부석사 당간지주 앞에 앉아
그대에게 밥 한그릇 올리지 못하고
눈물 속에 절 하나 지었다 부수네
하늘 나는 돌 위에 절하나 짓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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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시를 곁들인들 저 하나하나의 풍경들을 대신할 수 있을까요.
어떤 말로 저 시간의 무게와 세월의 바람을 그려낼 수 있을까요.
아름의 굵기를 가진 기둥들과 침묵의 무게를 가진 돌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천년의 시간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나는 그저 잠시 스치는 바람입니다.
내 살아 온 시간도 저 앞에서는 그저 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