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기대서 보았습니다.
숲을 지나오는 바람에 흔들리는 풍경소리도 들었습니다.
천마디 백마디 말인들 그 순간의 마음을 대신 할 수 있을까요?
다 버리러 가서 다 버리고 옵니다.
다 비우러 가서 다 비우고 옵니다.
우주의 시간 앞에 한없이 작은 존재인 나와
투정하고 불평했던 삶앞에 겸손해지는 시간을 만납니다.
누군가 부석사에서 선묘낭자를 만나거든
그 선묘낭자의 사랑으로 시 한 편을 완성하라 했었지요,
부석사 그 공중에 뜬 돌의 이야기를 새로이 해석해보라 했었지요.
하지만 나는 아마 오래 벙어리가 될 것 같습니다.
오늘 만난 부석사의 풍경들과 느낌들을 추스리고 추스려 삭여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부석사를 내려오던 길,
소나무 숲 사이로 빛나던 지던 해의 모습까지도
아마 아주 오래 그리운 부석사의 이름 하나로 기억될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