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잎들 / 송재학
다른 꽃들 모두 지고 난 뒤 피는 꽃이야 너도꽃이야 꽃인 듯 아닌 듯 너도꽃이야 네 혓바닥은 그늘 담을 궤짝도 없고 시렁도 아니야 낮달의 손뼉 소리 무시로 들락거렸지만 이젠 서러운 꽃인 게야 바람에 대어보던 푸른 뺨, 바람 재어놓던 온몸 멍들고 파이며 꽃인 거야 땅속 뿌리까지 닿는 친화로 꽃이야 우레가 잎 속의 꽃을 더듬었고 꽃을 떠밀었고 잎들의 이야기를 모았다 솟구치는 물관의 힘이 잎이었다면 묵묵부답 붉은색이 꽃이 아니라면 무얼까 일만 개의 나뭇잎이었지만 일만 개의 너도꽃이지만 너가 아닌 색, 너가 아닌 꽃이란 얄궂은 체온이여 홍목당혜 훌쩍 도망가는 시월 단풍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