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시간/끌림 - 풍경

어디 꽃 핀다는 소식 들릴까? 귀 기울이는 봄날

다연바람숲 2012. 3. 27. 17:13

 화분 - 이병률

그러기야 하겠습니까마는
약속한 그대가 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날을 잊었거나 심한 눈비로 길이 막히어
영 어긋났으면 하는 마음이 굴뚝 같습니다
봄날이 이렇습니다, 어지럽습니다
천지사방 마음 날리느라
봄날이 나비처럼 가볍습니다
그래도 먼저 손 내민 약속인지라
문단속에 잘 씻고 나가보지만
한 한시간 돌처럼 앉아 있다 돌아온다면
여한이 없겠다 싶은 날, 그런 날
제몰처럼 놓였다가 재처럼 내려앉으리라
햇살에 목숨을 내놓습니다
부디 만나지 않고도 살 수 있게
오지 말고 거기 계십시오

 

 

*

 

아직은 햇살이 눅눅합니다.

엷은 먹구름으로 뿌연한 하늘이 도통 푸른빛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언제쯤 뽀송뽀송한 햇살이 길건너 빈 가지에 꽃을 피우려나 자꾸만 눈길이 갑니다.

어제보다 한결 순해진 바람 속엔 봄의 향기가 스며있는듯도 합니다.

 

자꾸만 사람 속에서 사람의 길을 잃습니다.

세상엔 참 이해할 수 없는 삶을 사는 사람도 있구나

스스로 누에고치같은 외로움의 집을 짓고사는 사람도 있구나

마음 한켠이 짜안해지기도 하는 봄날입니다.

봄날이 이렇습니다. 어지럽습니다.

그래도 다연에 앉아있으면 세상이 참 평화롭게 느껴집니다.

다연의 문을 열고 오는 이들의 마음들이 참 따스합니다.

봄날이 이렇습니다. 한쪽을 비우면 또 한쪽이 채워지는 충만도 함께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