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까지의 인생에서 늘 어떻게든 다른 인간이 되려고 했던 것 같아. 나는 늘 어딘가 새로운 장소에 가서, 새로운 생활을 하곤 했어. 거기에서 새로운 인격을 갖추려 했다고 생각해. 나는 이제까지 몇번이나 그러기를 되풀이해 왔지. 그것은 어떤 의미로는 성장이었고, 어떤 의미로는 인격의 가면을 교환하는 것과 같은 것이었지. 하지만 어쨌든 나는 또 다른 내가 되는 것으로서 이제까지 내가 안고있던 무엇인가로부터 해방되고 싶다고 생각했던 거야. 나는 정말로 진지하게 그러길 원했고, 노력만 한다면 언젠가는 그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믿었어. 하지만 결국 나는 어디에도 다다를 수 없었던 것 같아. 나는 어디까지나 나 자신일 수밖에 없었어. 내가 안고 있던 뭔가 빠지고 모자란 결핍은 어디까지나 변함없이 똑같은 결핍일 뿐이었지. 아무리 나를 둘러싸고 있는 주변 풍경이 바뀌고, 사람들이 내게 말을 걸어오는 목소리의 톤이 바뀌어도 나는 한 사람의 불완전한 인간에 지나지 않았어. 내 속에는 늘 똑같은 치명적인 결핍이 있었고, 그 결핍은 내게 격렬한 굶주림과 갈증을 가져다 주었어. 나는 줄곧 그 굶주림과 갈증때문에 괴로워했고, 아마 앞으로도 마찬가지로 괴로워할 거야. 어떤 의미로는 그 결핍자체가 나 자신이기 때문이지. 난 그걸 알 수 있어. 나는 지금 당신을 위해 가능하다면 새로운 내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 그리고 아마 난 그럴수 있을거야. 하지만 솔직히 말해, 똑같은 일이 또다시 일어나게 되면, 나는 또다시 똑같은 짓을 하게 될지도 몰라."
무라카미 하루키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 중에서
*
그게 나니까
아무리 또 다른 내가 되고싶어도 나는 어디까지나 나 자신일 수 밖에 없으니까
어디에 있어도 누구를 만나도 하물며 내가 잊고 버리고싶은 나조차도 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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